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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주부의 알.콩.달.콩 - 33. 그냥...


BY 꼬마주부 2002-05-18

꼬마주부의 알.콩.달.콩

33. 그냥...


안녕하세요?
꼬마주붑니다.
오랜만에 꽁트방에 글을 쓰네요.
사실, 오늘은 별 쓸 말은 없어요.
그냥 마음이 울적해서 그냥 오랜만에 그냥 써봅니다.

오늘은 즐거운 주말임에도 하루종일 집에 쳐박혀 있었어요.
여전히 주말에도 일하는 무뚝뚝이 신랑을 출근시키고 인터넷 놀이 좀 하다가 '먼나라 이웃나라'의 -우리나라- 편을 좀 읽다가, 친정엄니가 친척 병문안 가자고 해서 준비하다가 갑자기 엄니가 다른 집들이 간다고 바람을 맞히셔서.....뽀사시하게 화장하고 아래,위 갖춰 입은 상태로 다시 컴 앞에 앉았습니다.
그러고 났더니 힘이 쭈우욱 빠지면서 괜시리 울적해지네요.

아컴에 들어와서 이 방 저 방에 제가 썼던 글들을 다시 쭈욱 읽어 봤어요.
제가 아컴에 처음 들어온게, 결혼한 1999년 다음 해 5월쯤이었으니까,
벌써 2년이 넘었네요.
그 때 전 갓 결혼한 또릿또릿한 애들주부였어요.
결혼한게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무슨 소꿉놀이하듯 살림도 놀이처럼 하고 시댁 식구 대하는 것도 인형놀이 하듯 마냥 즐겁기만 했었죠. 그런 즐거운 이야기들을 <꼬마주부의 알.콩.달.콩>이라 명명하여 글도 썼구요.

그렇게 결혼 2년이 훌쩍쩍 넘어버린 지금은...

우습게도 변한게 하나도 없어요.

무뚝뚝해서 곧잘 제 글소재가 되었던 신랑도 여전히 무뚝뚝하고요
금지옥엽 자식들 일이라면 두 발 벗고 달려드는 시부모님의 사랑도 그대로이고요, 이쯤되면 아기맘이 되어 있어야 하는 나도 여전히 '꼬마주부'이고요, 그 때 하던 일을 여전히 하고 있고요...사는 집도 그대로고요, 살림도 그대로고요....아무튼 다 그대로인 거 있죠.

그래서 더욱 울적해졌어요.
그 동안 아컴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명실상부 주부사이트로 자리 굳히고 있는데, 나는 대체 무엇을 이루어 놓았는지...

오늘 아침에는 무뚝뚝이 신랑에게 한 마디 했어요.
"당신은, 우리 아빠한테 나랑 결혼하면 부자로 살 자신은 없지만 행복하게 살 자신은 있다고 하구선..왜 행복하게 안 해줘?"
그랬더니 "행복하잖아. 이만하면 행복한거지 뭘 더 바래."그럽니다.
"당신은 집에 오면 맨날 티비보다 지쳐 잠들고 아가 만들 생각은 눈꼽만치도 안하고 나랑 얘기하는 것도 귀찮아 하면서 이게 행복한거야?"
"나한테 하루라도 시비걸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아?"그럽니다.
그래서 그냥 피식 웃고 말았지만 답답한 마음은 가시질 않았어요.

마음이 울적하네요.
비가 며칠 내내 내리다가 오늘 쨍하게 해 떴는데도, 제 마음 속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네요.

책이나 계속 읽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