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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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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과 출가


BY 아리 2002-05-18



설리님이 구두 사건 땜에 조금 놀라셨다고 하시길래

리플을 길게 달면서 갖은 변명을 구구절절 늘어 놓다가

왠일인지 --벌을 받는 건지 --

그 글이 다 날라갔다 ..순간의 방심으로

할 수 없이 ..



술을 안 마시고 ..담배를 안 피우는 신랑을 가진 분들은

그 술에 잔뜩 취해서 별의 별 쇼를 다하는 아내들의 아픔을

전혀 이해 하지도 .더듬지도 못한다 ..

이름 하여 땡삐 신랑 하고 사는 자만이 그 아픔을

주책을 더듬어 생각할 수 있다 ..닐러 무삼 하리오 ..


다른 때도 물론 이래서 저래서 술을 놓고 집에 돌아 오는 적은

드물지만 연말이 되면 아주 살판이 나서

12월 한달에 무슨 사건 과 사고 그리고 만나야 할 스케줄이

이 사람을 들뜨고 미치게 한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도 전에는 12월이면

친구들이 별의 별 선물을 다 사주고

신나게 여행을 가고 엠티를 가고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집안에선 막내루 자라서

이미 언니 오빠들이 길을 잘 닦아 놓아서인지

큰언니 시절에 여행을 한다

진해 군항제를 간다 ..기타 등등의 딸의 외박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으시던

우리 친정 부모님두 연로 하셔서 인지

내가 설악산을 간다

친구집 콘도에 간다 ..누구네 집에서 공부를 한다

기타 등등의 모든 요구가 자연스레 ..

인정받고 허가받았던 시절이있었다

그런데

이 놈의 결혼이란 걸 하고부터는

도데체 나의 공간이나 시간이란 건 인정 되지도

이해 되지도 허락 받지도 못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직장엘 다닌다고

얼마간의 자유와 허용이 가능 했다고 해야 하나

그야말로 돈벌이루 살림살이루 치여서

일요일은 누가 불러도 ..나가거나 놀아 줄 시간이 있지도

못하게 밀린일 에 허우적거리고

....

그럭 저럭 ..이리 힘들게 지내다가

작은 놈이 조산을 하고 일찍 세상에 태어나고 보니 나는

무슨 큰죄를 지은 사람 처럼 ..당장에 사표를 써야 했다 ..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큰아이는 친정에 데려다 놓고

내 세상이다 하고 신나게 지내다가

집안에 갇혀 있으려니 보통 갑갑한게 아니다 .

전에는 무엇이든 잘못해도 돈벌이라는 허울좋은 유세가

큼직하게 마크 해주던 일도 ..

은근히 나 스스로 나 지금 직무 유기 하는거야

하면서 나를 감옥에 더욱 더 몰아 넣으며 ..가두고 있었다

더구나 일도 잘 못하고

빌빌 거리는 내 주제에 한참 말썽부리는 두 아들을 기르는 건

보통 어렵고 힘든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온종일 밥두 제대로 먹지 못하고 .

.빨래에 장난감 정리에 책 읽어주기에

지쳐서 넘어갈 지경이다 ..

신랑이 있으면야 그림처럼 정리도 해주고 밥도 같이 먹겠지만 ..

이 놈의 신랑은 일이 없으면 친구가 있고

친구가 없으면 일이 따라 다니는 사람이니

일요일도 휴일도 크리스마스도 없다 ..이구 미워 ~~

돈만 벌어다 주면 단가 ..


연말이면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자랑스럽게 줄줄 꿰면서

나에게 매일 미안하다 어쩐다 사랑한다 ..

까불대는 이 시운이 나의 등을 밀었노니 ..등등의

짧은 메모만을 남겨놓고

총총히 사라진다 ..


약올라 죽겠네 .

나도 잘 나가던 시절에는 온종일 전화통에 불이 나고

친구들이 대문앞에 서 있고

편지가 카드가 ..수북히 쌓였었다

심지어 우리 막내오빠하고 나하고는 카드를 몇장 더 받았냐고

은근히 경쟁까지 하던 ...적이 있었다

더구나 전화가 오면 서로가 빨리 받아서 ..

자기 전화가 아닐 경우 픽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는 ..

'내 팔자야

내가 생각했던 삶은 이게 아니었어 ..'


어느날 아침 중대한 반항을 계획 했다 ..

그의 중차대한 일의 사안 ..그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다

나도 그 잃어버린 화려한 ..나를 찾아 보고 말테야 ..



누가 이렇게 오랜 동안 아내를 방치 해도 된데 ..

....

새벽같이 일어나서 ..

신랑이 화장실 변기통에 앉은 틈을 타서 ..잽싸게 옷을 입고

현관문을 씩씩하게 열어 젖혔다

'아이 둘 데리고 쮸쥬 멕이면서 어디 좀 해보시라고 ...

그래 내가 24시간을 어찌 지내나 몸소 체험 하시라고 ...'

일단 ..나가고 나면

나는 혼자다 자유로운 몸이다 ..

12월 새벽바람이 차지만 ..신선했다


우선 택시를 타고 ..

화곡동에서 될수 있는대로 먼 곳인 ..

청량리로 ...왔다

택시 운전사 아저씨하고 지금의 경위를 설명하면서

그 아저씨도 십분 이해 한다면서

아주 가출은 하지 말라는 충고 까지 친절하게 하신다

그리고 아마 두시간도 못 되어서 집 걱정이 될거라고 ..

에혀 ~~


나는 우선 목욕탕을 찾아서 깨끗이 씻고

그 담에는 아이들 둘에 치여

변변히 손질을 못하던 머리를 폼나게 다시 했다 ..


시간이 제법 지나고 친구를 불러서

점심을 먹고 ..

햐 얼마만인가 ..

맘대로 윈도우 쇼핑을 하고 ..물건을 사고 ..

그런데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12월의 밤은 일찍도 온다 ..

집으로 서둘러 돌아오는데 ..

갑자기 잃어 버렸던 아기 걱정에, 남편이 화낼가봐

겁이 더럭 난다

뛰기 시작했다 ...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

신랑이 웃으면서

"에고 ..뛰긴 뭣하러 뛰어 뛰어 봤자 3분 빨리 왔겠네 .."

하는 거다 ..



놀라운 건

나는 혼자 매일 질질 거리면서 정리도 안되던

그 구석 구석이 말끔히 정리 되고

아이들은 아주 평화롭게 놀고 있었다

소위 나 보다 더 아주 정확하게 우유를 타서 멕이고

아이들과 잘 놀고 있었던 것이다 ..

정말루 안 해서 그렇지 일단 하면

아기 보기까지 ..(그거 나의 성역인줄 알았는데 )


이일을 계기루 가끔 벌을 주면서 아이 둘을 한꺼번에 맡기고

쇼핑을 가곤 했는데 ..

그때마다 이 애들이 생전 보지도 않던 테레비를 얌전히 보고 있거나

아빠 주변을 맴돌면서 ..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고요히 지내고 있는 것이다

아빠는 소리도 안지르면서 아이들 군기를 확실하게 잡고 있었다

내가 볼때는 책상위에 올라가서 뛰어 내리고

콘센트에 오줌발이 조준 되어 콘센트를 타게하고

책장의 모든 책을 다뽑아서 어질르던 이 애들이 ..

나에게 보다 더 무거운 장난과 벌을

아빠에게 주어야 하는 이 아가들이...



또 졌다 ..

하기는 그 어린 아기 둘을 겁도 없이 혼자 대중 목욕탕에

데리고 가는 수준이니 ..

정말 이상한 애들이야

핏줄은 당기나

아빠라고 자는 시간에 들어와서

자는 시간에 출근 하는 데도 ..




결국 나의 반항과 출가는 별 효용가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통쾌하고

순간은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다 ..

지금은 ..

나에게 가끔 그래 내가 당신 휴가 줄게

아이들 걱정 말고 어디 다녀 오고 싶으면 다녀와

그래도

요 아컴과 내 집이 좋아서

나 혼자는 절대 여행을 안 떠난다..

좀더 나이가 들면 친구들하고 홀가분하게

어디든 가 보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