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아버지 그쪽으로 가시면 안되요.'
어느 낯선 공원벤취에 앉아계시던 아버진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
고 계셨다. 목이터져라 불러 봤지만 그 소린 말이 되어 나오질
않았고 옆에서 자고있던 남편은
" 넌 그 쪽 추운데 왜 자꾸 그쪽으로 가냐? 이리돌아누워"
"안되요. 아버지가 자꾸만 저쪽으로 가시잖아 아버지 모시고 올께" 이렇게 남편이 한 말에 대꾸까지 한 나는 내 말소리에 놀라 잠을깼다.
또 이렇게 아버지 꿈을 꿨다. 돌아가신지 벌써 9년이나 지났는데.... 난 가끔씩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늘 웃는 모습의 아버진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보다간 돌아서 가신다.
아버지! 가슴저미도록 아픈 아버지의 기억은 항상 나를 눈물짓게 한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하고싶은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시집가서나 편안히 잘 살거라이. 아가....."
끝내 말을 마치지 못하고 먼하늘을 바라보며 내 손을 끌어다 남편손에 쥐어주시던 아버지의 눈물을 난 그때 보았다.
내가 시집이란걸 가던 날.
"숙아 널 끝까지 공부를 시켰으면 뭐 한자리 했을텐데. 못난 부모 탓이다. ....." 또 말을 잇지 못하시는 아버지.
시골 조그만 동네에서공부 잘한다는 소릴 듣고 자란 나를 아버진 퍽이나 대견하게 생각하셨나 보다.
당신 역시 그렇게 시골에서 태어나 평생 고생만 하시다가환갑을 못 지내시고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 제가요 돈 많이 벌어서 아버지 꼭 해외여행 한번 시켜드리고 시집갈께요" 철없던 딸은 그렇게 약속했었는데.
그 놈의 사랑이 뭔지...또 눈물이 난다.
병석에 누워 계신 아버지께 금반지를끼워 드렸다. 평생동안 살아오시면서 금반지란걸 한번도 못끼워 보셨던터라.
"아버지,이 반지가 다 닳을 때 까지만 사셔야 되요. 알았죠?"
아버진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 반지를 만지작 거리셨다.
긴 한숨! 그 반지가 다 닳기는 커녕 때가 채 묻기도 전에 돌아 가셨다.
며칠전 친구가 친정 아버지와 싸웠단다.
"얘, 너 아버지 한테 잘 해드려. 돌아기시고 나서 후회 하지말고,"
오늘 오전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비 개인 저 하늘은 왜 저리도 맑은지, 저 하늘의 끝자락은 왜 또 저리도 아름다운지, 오색빛깔 물든 가을 단풍들은 저리도 고운데 내 아버진 못 보시겠지?
"아버지, 꿈속에서라도 자주 나타나 주세요 그리구요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말씀좀 해 보세요.저 아버지를 원망했었거든요. 책임도 못지면서 자식은 많이 낳아가지구 힘들게 한다구요. 그러니 저 아버지게 죄송하다구 이제는 이해한다구 그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아셨죠?"
편안히 잠드세요, 아버지 내 사랑하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