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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방'들여다 보기.


BY 섬진강 2002-05-16

유치원생인 우리 아들에겐 아직
저만의 방이 없습니다.

훗날, 저만의 방이 생기면 그 안을 어떻게 꾸미게 될까,
를 미리 한번 생각하게 해준 영화 '아들의방'을 보았습니다.

자주, 아들의방을 아니 아이들의 방을 들여다 보아야
하겠지요. 모든것이 더 늦어지기 전에요.

이탈리아 사회주의 감독, 난니 모레티는 잔잔하게
그리고 한참을 돌아서 감동의 도가니를 만들고 그속에
푹빠져서 한동안 가슴을 울리게 하더군요.

아들이 있습니다. 휴일이면 아빠랑 조깅을 하면서 이얘기 저얘길
나누고 별 탈없이 착하고 자신의 할일을 묵묵히 해내는
잠수가 취미인 아들이 있습니다.

정신과전문의인 아버지와 일하는 어머니와 그리고 아들과 딸이
사는 그집엔 언제나 잔잔한 웃음이 있을 만큼 모두 자기역활을
잘해내는듯 싶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아들과 조깅을 하기로 약속한 아버지에게
전화가 옵니다. 자신의 환자로부터 지금 몹시 힘이 드니
왕진을 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아버진 아들과의 약속을 미루고
자신의환자에게 달려갑니다.

그사이에 정말,되돌려 놓고 싶은 일이 벌어질지는
꿈에도 모르구요,...
아버지와의 조깅계획이 취소되자,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잠수를
하기위해 배를 탑니다.
그런데 그 배가 물에 잠기는 사고가 일어나고 아들은 산소부족으로
숨을 거두고 말게 되지요.

아버진 아연해서 그냥 멍해지고
생떼 같은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보낸 엄마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할수가 없습니다.

아들을 관속에 안치하고도 어머니는 그 죽음을 받아들일수가
없어서 그냥 울고만 있는데 그들의 딸은 못을 박으려던 사람들에게
잠시의 시간을 달라며 오빠의 이마에 작별의 키스를 합니다.

아들의방이 들여다 보고 싶어진 아버진
그 아들의 방에 들어가 한참 오열을 하지요.
아들아이가 썼던 펜이며 책과 그외의 것들이
아버지의 손을 하나씩 거쳐가며 아무 느낌이 없던 그것들이
하나씩 슬픔을 간직한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걸
카메라는 조용히 비추고..
아들을 죽게 했다고 생각한 그 환자를 대할때마다
아버진 번민에 휩싸입니다.

그러다 아버진 자신의 일을 정리를 하지요...
그러면서 만나게 되는 마음이 약한 인상군상들속에서
어쩌면 우린 주변의 혹은 우리자신의 나약함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아이 앞으로 편지가 날아옵니다.
'아리아나'라는 한때 아들과 친구로 지냈다는 여학생의
편지를 읽은 엄마는 아리아나의 표정 어디에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아들의 흔적을 찾고 싶어 그녀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막상 아들의 죽음을 전해 들은 아리아나는 망설입니다.
'만나야 할지 어쩔지 잘 모르겠다구요...엄마는 그말에 무척 실망을
하는 눈치였습니다.
혹, 그녀의 한마디말에 아들아이의 추억한조각을 건져 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엄마의 마음은 조급하기 까지 한데 말이지요..

며칠이 그냥 흐르고 어느 저녁,
아리아나가 찾아옵니다.
무전여행중이었다며 아마도 그녀의 남자친구임직한 아이랑 함께..
아리아나의 검고 예쁜눈을 들여다 보는 엄마,
그리고 아빠는 아들에게 못다한 사랑을 그녀에게라도
드러내 놓고 싶었던 것이었을까요?
그들을 잠깐 태워 준다는걸 그들의 목적지인
프랑스 어느 남부의 바닷가까지 차를 몰고 갑니다.
차안에서 아리아나는 친구의 어깨에 기대에 잠이 들어
있어서 였겠지만 그 멀리까지 운전을 해가는 아버지의
표정이 그렇게 포근해 보일수가 없었습니다.

푸른물결이 넘실대던 프랑스 남부의 바닷가에서
아리아나를 떠나보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표정은
평안해 보였습니다.
비로소 아들의 영혼을 그렇게 떠나보내는듯 했습니다.

어떤 상업적요소도 없었지만,
가슴을 잔잔하게 울리며 '깊은 슬픔'에 빠져들게 하던
난니 모레티의 영화, 작품연출도 훌륭했지만 그의 연기또한
만만찮은 좋은 영화였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