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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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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모양


BY 옹달샘 2002-05-16

눈을 뜨니 새벽 5시다.
창밖을 보니 여전히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린다.
운동을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다 누워 있어봐야 머리속만 복잡할 것이고 훌훌 털고 일어나 옷을 끼입고 신발을 챙겨 신으며 우산을 집는다.

이 아줌씨 우산을 들고라도 새벽 운동을 갈려나.
나는 아직 겨울에 입던 운동 복장을 그대로 고수한다.
위에는 소매 긴티에 두꺼운 모자달린 쉐타.
오리털 조끼를.
하의는 내복에 체육복바지.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목도리로 얼굴까지 칭칭 돌려 감아 내가 보아도 우수꽝스런 모습이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내멋에 사는거니까!

봄이 되면서 많이 나오던 운동팀들도 비 때문에 오늘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집에서 외곽으로 난 도로를 따라 동네 뒤의 낮은 산에 까지 갔다 오면 약 한시간 반이 걸린다.

복장이 겨울 복장이라 속옷은 땀으로 젖어 흥건하다.
샤워를 끝내고 아이들을 깨워 간단히 식사를 때우고 학교로 직장으로 모두 흩어져 각자의 고유한 업무에 충실하고 다시 저녁이면 우리가족팀 4명은 제비들모양 구멍으로 찾아 들어와 지지고 볶는다.

운전이 서투른 나는 비가 계속되는 요즘 걸어서 출근한다.
담장에 핀 비에 젖은 후줄그레한 장미를 보며 나의 미래를 거울삼고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꼬마들의 모습을 보며 귀여운 자식들.

출근한 나는 사무실 청소도 오늘은 건너뛰기로 하고 컴에 들어와 메일을 확인(전부 광고)하고 아컴에 들어와 수준급인 에세이들을 읽으며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전 다이어트에 좋다고 농촌식 커피에서 수준을 높혀 블랙커피를 얼마전부터 애용한다. 따뜻하게 한잔 준비하여 우아하게 마신다음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할까.

그런데 조금전 사장님도 어디로 나가시고 저 혼자만 사무실에 있으니까 조금더 이방저방 기웃거리며 조금더 농땡이를 부리고.

아줌마 여러분 오늘 기분 빵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