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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BY 소낙비 2001-04-18

남편이 하루 휴가를 냈다하여 하동쌍계사를
다녀왔다.옛날에 고등학교때 2학년전체가
하동송림에 3박4일캠프를 했었다.

그후로 30년만에 가보는 곳이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다리가 있는데,
옛날에는 친구들과 걸어서 건너가보고 왔었다.
이번에는 남편과 차를타고 건너 갔다왔다.
5분만에 경상도에서 전라도를 갔다 온것이다.

화개십리라 했던가.
섬진강변을 따라 벚꽃나무가 양쪽 길가로 늘어서 있었다.
꽃은 지고 없지만 어느새 잎이 무성하여
터널로 이루어진곳도 있어서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 좋았다. 벚꽃대신
넓은밭에는 배꽃이 하얗게 피어 절정을 이루고있었다.
내년에는 벚꽃이 피었을때 다시 가보고 싶었다.

쌍계사는 처음 가보는 사찰이지만 언젠가
한번 와본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대부분의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비슷해서일까.
대웅전 밖에 서서 종교는 다르지만 두손모아
선채로 절을 했다.
" 부처님!오늘 여기
구경왔습니다. 조용히 잘보고 가겠습니다."

나는 어느절에 가든 꼭 그렇게 절을한다.
어떨때는 아줌마들이나 할머니들의 한손은 가슴에
한손은 땅에 짚으며 나중에는
두손을 모아 절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경건해보여 넋을 놓고 볼때도 있었다.

절을 한바퀴돌고 시원한 물한모금 마시고 나서니.
바깥길목에서 남편은 품바가락에
재미있게 불경을 소리하는 어느 스님의 테잎을 사고
나는 "꽃은 지고 없는데 왜 임을 잊지 못하나"
라는 글귀가 적힌 예쁜손수건을 하나 샀다.


돌아오는 길에
인근부대에 훈련이 있는지 철모를 쓴 군인들을
태운 트럭이 7대가 앞서 가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들이 철모쓰고 훈련받으러 가나?'
저절로 그렇게 말이 나오는 나를 보고 남편은
저기에 우리 아들이 어디있냐고.면박을 줬다.
아컴에서 누군가 올린 글중에 '군인을 보고 군인아저씨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 군인아들들이라고 부르면 완전
아줌마가 된거다'고 했었다.
나도 절로 그렇게 부르는걸 보니 확실한 중년 아줌마가 된모양이다.

우리 아들도 월요일부터 유격훈련을 받는다고 했는데...
트럭에 타고 가는 군인들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