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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9

내 친구 갑진이...


BY 통통감자 2002-05-14

하늘이 찌뿌둥한 게 마치 장마비라도 내릴 듯 후적하다.
5월에 장마비라...

요즈음 계절은 예정도 없이 제 멋대로 흐른다.
햇빛을 받으며 걷다보면 입은 옷이 더워지고, 겉옷을 벗어들고 건물그림자 안으로 숨어들면 여지없이 한기가 서린다.

여지껏 잊고 지냈던 갑진이 이름이 오늘 무심코 전화속에서 튀어 나왔다.
한참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갑진이가 있었더라면....
이번주 일요일에 친구 집들이 모임이 있다.

갑진이...
제작년 가을 이었나보다.
갑자기 닥친 갑진이의 발병.
아마 그때도 에세이 방에 서럽게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의 임신과 갑진이의 고달픈 투병생활.
나는 입덧에 누런물이 나올때까지 토사물을 쏟아댔고, 갑진이는 그 힘든 항암 치료에 토사물을 쏟아냈다.

힘든 항암치료, 골수이식...
가끔 수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갑진이는 무척이나 용감했었다.

> 집에선 괜찮은데, 병원에만 가면 아프네.
병원이 날 아프게 해..

그리고 다시 병이 재발했다.
또 다시 무균실과 조혈모세포이식수술.

내가 애를 낳고 병원에서 받은 첫번째 축하전화가 갑진이였다.
집이라고 잠시 있다 다시 병원에 갈거라고,..
내가 다급히 말했다.

> 갑진아! 우리 애 돌잔치엔 꼭 와야해!
알았지? 네가 안오면 내가 너무 속상해...

> 속상해 하지마 이게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네 애 돌전에 뭔가 결정이 날거야.
내가 이기던가 아니면 병이 이기던가.

그렇게 갑진이는 한달 후에 아무도 없이 중환자실에서 갔다.
막 산후조리를 마치고 난 퉁퉁부은 얼굴로 영안실을 찾았다.
환하게 웃고 있던 졸업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어 있었다.
그 날도 난 갑진이와 함께 했었다.
꽃다발 들고, 사진을 찍으면서...

이상하다.
오늘은 아무날도 아닌데, 5월의 그냥 하루인데...
아침부터 갑진이가 떠오른다.
갑진이가 떠난날은 11월이다.
갑진이의 생일도 10월이다.
발병한 날도 9월이다.
5월과 갑진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부쩍 5월 들어 난 갑진이가 보고 싶다.

갑진아~
네가 있는 그 곳은 늘 5월 일 듯 싶구나.
보고 싶다. 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