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벌써 이만큼 와버렸는데 바다
그때 그 여름바다는 아직도 그날 그 모습을 하고 거기 있었다
하나 변하지 않은채 거기 있었다
그대 손에 들리었던 사진기 안으로 하얀 웃음 수없이 쏟아 담았던
그날은 가고 없는데
여름 바다, 파란 웃음은 그대로였다
내 발자국 따라 잡던 파도는
두 아이의 깔깔 거리는 웃음 싣고 여전히 출렁대며 거기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바다에
변해버린 내가 멍청히 서 있었다
그때 싱그럽던 웃음 웃던 나는 가고
애써 피로한 기색 감추며 혹여나 아이들을
시야에서 놓칠까 시선 놓지 못하고
과거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거기 그렇게 힘겹게 서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변하지 않은것이 있다면
나를 보며 웃음 짓는 그대 선한 눈빛
그리고 기타소리
오늘 그대는 그때 그 기타를 치며
네 식구의 든든한 울타리로
중년의 가장으로 그 자리에 있었고
사랑둥이 두 아들은 부르지도 못하는 포크송을
엄마 아빠 따라 흥얼대며 여름 한 밤 풍성한 달빛아래
두 눈을 반짝이며 아름다운
그림처럼 우리곁에 앉아 있었다
그때야 알았다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온건 세월이 아니라
그대와 나 둘이서 그 세월이란 것을 무겁게 혹은 가볍게
이고 지고 왔다는것을
그리고 저기 아직 가보지 못한 먼곳까지 동행할 이 또한
그대와 나란 것을
그러니 쓸쓸해 할 일도
슬퍼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놓지 않으리
그대 잡은 손
세월은 가도 그대가 있으니
사람들은 오고 가도 늘 그곳에 있는 바다처럼
나도 언제나 그대 곁을 지키는
풀빛 머금은 하얀 파도가 되리라
언제나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