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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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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 나지 않는 일들,,,


BY 다정 2002-05-10

그저께 저녁 부터 계획을 세웠다
일찍 시장엘 다녀 오고,마음 먹음 김에 종류별로 김치를 담으리라,,
구석에 버려 뒀던 바퀴가 거의 녹슨 수레를 끄집어 내면서 부터
일이 하기 싫어 졌다.
아래 층 아줌마를 대동하고 털레털레 나선 것이
거진 반나절을 후딱 넘긴 시간,
끝에서 끝으로 시장을 돌면서,
야채 가게 아저씨가 주는 김밥도 하나 얻어 먹고,
꼬치 오뎅도 하나씩 사먹으면서
둘이는 걸리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돌려 집으로,,
현관에 철퍼덕 주저 앉아서
시간 죽이는 소리만 하다 보니
오토바이에 하나 가득 실린 우리집 김치거리들이
신나게 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안그래도 솜씨가 들쑥날쑥 하는 판에
온종일 야채들과 씨름하다 보니
머리 속이 휑하다.


식구들 속옷들은 왜 이리 누리끼리한지...
온 서람을 다 뒤져 한가득 하얀 빛을 잃어버린 놈들을
때려넣고 푹푹 삶다 보니
그 거품 속에 한없이 빨려 들어 가는 듯하다.

어제 정신없이 담아 논 김치통들은 한구석에서 손을 기다리고
끝도 없는 집안일은 두 어깨에서 떠나질 않으니
.......................

겨울에 몸이 너무 아파 일어설 힘도 없을 때
얼렁뚱땅 해대는 내 살림의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던지
딸아인 겨우 밥만 할 줄 알고
남편은 손에 꼽을 정도로 할 수있는 반찬 수가 정해져 있고
내 몸 아픈 것 보다 식구들 끼니가 더 마음에 캥기는 것이
겨울을 그렇게 보내고,몸이 다시 그런대로 회복이 되었을 땐
나의 위치에서 가족들의 모든 것을 할 수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 했었다.

소중한 것은 조금은 모자른 듯할때 느껴 지나 보다
남편도 그렇고
또 나도,

하루 종일 그리 넓지도 않는 집을 이리저리 쫓아 다니다 보면
그 반복적인 틀에 지쳐서
일손을 놓아 버리기 일수지만
그래도 또
표도 나지 않는 일들에 내 자신을 밀어 넣는 것은
주부로서의 내 자리를 소홀이 하고 싶지 않는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