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30

누가 전화 한대 놔 줘요


BY 박동현 2002-05-10


마늘 쫑을 보면 봄이 달콤하고 고소 하며 짭쪼름한 맛으로 다가온다.

경북이 고향인 아버지 덕택에 봄만 되면 한끼도 거르지 않고 우리집

밥상위에 콩가루 잔뜩 뒤집어 쓰고 맛갈스런 양념장으로 치장을 한

마늘 쫑은 따끈 따끈한 모습으로 올라오곤 했었다. 슈퍼 야채칸 한귀

퉁이에 조그맣게 랩에 쌓여진 마늘 쫑을 보면서 그맛이 그리웠다.

엄마 냄새 같기도 하고...아빠 냄새 같기도하고 콩가루랑 양념장이 뒤

엉키고 참기름이 적당히 둘러진 그맛이 너무 그리웠다. 맵지도 않고

달콤하고 부드럽고 짭쪼름하니 아이들이 잘먹을 거야.도시락 반찬에

맨날 마늘 쫑만 넣어 달라던 어린 내가 기억이 나서 피씩 웃으며 집어

들고 말았다.콩가루를 뭍혀서 쪄야하고 다시 양념장을 따로 만들어서

조심스레 버무려야 하는 그작업이 어찌나 힘들게 느껴지던지 부엌 한

켬에 던져진채 이틀을 나의 눈째림과 입질에 돌려 다니다가 드디어 오

늘 아침에 찜솥이 등장하고 콩가루가 털려 나가고 큰일이 시도

되어 졌다.\"엄마 이게 모야? 진짜 맛있네?!!\"아니들의 감탄사를 귓가

에 고대 하면서 아침에 \"이렇게 일많은 반찬은 하면 안돼\"이런 속내는

꾹꾹 목으로 삼켜 버렸다.아들아이 밥상에 턱하니 커다란 접시 하나를

차지하고 않은 마늘 쫑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시선도 받지 못하고 있

었다.후...한숨이 나오려는걸 참으로 슬며시 도시락 반찬 통을 들고

다가 앉는 내게 \"엄마 이거 넣지마..맛이 이상해 아무도 안먹을 거야

아마..\"갑자기 가슴이 쿵~~소리를 내고 떨어져 뒹굴었다.얼굴에 모닥

불이 피고. 어찌할마를 모르게 숨이 막혔다.\"시금치랑 쏘세지 넣까?\"

\"차라리 그게 나겠어요\" 짧은 대답에 더 무안하다.\"이거 먹어봐 너무

맜있어. 어서 입어 넣어. 바보 같은넘...\"얼런 마무리를 하고 돌아서

서 구워놓은 소쎄지를 찬통에 담으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그렇게 아들은 학교를 가고 크다란 접시에 한가득 마늘

쫑을 담아다 하얗게 김이 오르는 금방한 밥이랑 먹었다. 참맛있다.

그런데...그런데...자꾸 목이 메이다. 물을 마시고 또 먹어도 목이

메이다. 밀려오는 울음을 다시 밀어 넣으며 뜨거운 밥을 떠 넣는다.

\"엄마..보고 싶어요..\"

<<누가 전화 한대 놔주세요. 하늘 나라에요. 전화 안되는 동네는 첨 봤어.하느님께 누가 건의쫌 해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