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네에 있는 작은산에 올랐습니다.
산은 얕은데 산의 얼굴은 다 똑같습니다.
걸어가면서 저 멀리 산이 보이면 늘 그렇듯이 가슴이 설레입니다.
누구는 가을의 산이 아름답다지만 나는 봄의 산을 좋아합니다.
물이 오른 나뭇잎새는 갓난아기의 입술처럼 앙증맞고 아기솜털 처럼 보드랍습니다.
산에 오르면서 꼭 정상을 급히 서둘러 오르지 않아도 좋습니다.
천천히 흙을 만지고 여린 입사귀와 입맞춤을 나누고 어제 그곳에 있던 작은 풀잎들이 얼마나 자랐는가 보는일은 정말 행복입니다.
내 인생도 이렇게 천천히 천천히 걸어가면서 걷고 싶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사랑해야할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따뜻함을 함께 나누면서요.
산 정상에 서니 저 아래가 그리 평화로울수가 없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내 시선이 그렇다는것이지요.
저 아래 사는 사람들은 기쁨,슬픔,생과 사,아웅 다웅 복잡한 세상살이를 하는 사람들이겠지만 위에서 바라보는 나는 평화롭게만 보입니다.
우리도 그러하길 빌어봅니다.
한발자욱씩 조금만 더 떨어져 바라본다면 넉넉한 마음입니다.
그리 다툴것도 미워할것도 없어 보입니다.
숲에는 큰나무 밑에 작은 나무 또 그 발밑에 작고 여린 풀잎들과 꽃나무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고 살아가지만 질서 정연한 모습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내 생각대로 가꾸지 아니하여도 그들 나름대로의 규칙과 질서가 있을것입니다.
그래서 숲은 자라고 꽃은 피고 산새는 알을 낳고 계곡은 흐르니까요.
여러갈래로 갈라지는 길의 가운데서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인생은 결코 두 갈래의 길만 있지 않다는 것을 봅니다.
모든길은 세상과 통하고 어떤길로도 산 정상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내가 걷는길과 내가 걷지 않는 두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지 늘 미련이 남고 걸어가보지 않은 길은 환상으로 남을것입니다.
이제 산을 내려가야 할 시간입니다.
내려가는 길은 시간이 더디 갔으면 좋겠습니다.
산벚나무 꽃길은 아름다운데 왜 그리 짧기만 한지 아쉬운 마음입니다.
꽃이 피어서 아름답고 꽃이 지는 모습 또한 아름답습니다.
나도 저 꽃과 같이 지는 모습 또한 아름답기를 바래봅니다.
일년 열두달 내내 꽃이 피어있다면 아름답다는 생각은 덜하겠지요.
꽃이 피고 꽃이 져야 열매가 맺고 그래야 또 다시 꽃이 필 자양분이 될테니 나도 누군가의 꽃이 되기 위해서 자양분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사월의 산엔 산벚나무가 진달래가 벌써 져버린 산수유나무가 그리고 꽃이 피지 않아도 물오른 연두빛 잎새가 누군가의 사랑으로 피어났습니다.
공중의 나는 새, 들의 백합화, 욕심내고 다투지 않아도 우리보다 더 자유롭고 아름답게 귀한 생명으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나도 저들처럼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