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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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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의 자리에 무게를 두고 싶다


BY 칵테일 2001-04-16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다.

아줌마닷컴을 열면 내가 주로 하는 일은 다른 이들이 올려놓은
글들을 읽는 일.

물론 나도 가끔 글을 올리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어느 때부턴가 글이 이원화되기 시작했다.

토크토크에 올라오는 많은 글들 중에는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
속상하고 괴로움에 쓴 글들이 많다.

또 그런 글의 처절함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남편의 새여자를 비난
하거나 또는 아내의 입장을 위로(?)해주는 응답글들을 많이들 올려
준다.

그런데 여기 에세이방은 완전히 그 반대다.

여기는 아내 입장에서 볼 때는 남편의 새로운 여자들의 글이 나의
사랑도 아름답다며 역시 그 아픈 가슴을 토해내듯 글을 올린다.

역시 힘내라고, 사랑은 아름다운 거라며.. 또는 사랑은 자기가
이뤄내는 거라는.. 사뭇 위로와 격려의 차원을 넘어서 아예 방법
까지 제시해 주는 친절한 응답글까지 올라온다.

무슨 영문일까.

토크토크에는 본부인들이 많이 가서 글을 읽고, 에세이방엔 비슷한
처지의 첩(?) 입장의 여인네들이 글을 많이 보는 걸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토크방이나 에세이방이나 그 글들을 읽는 주체는 모두 같은 사람들
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신의 감정에도 위배되는 그런 상반된 응답글들을
올리는 것일까.

나는 불륜을 탓하고 싶지도 않고, 또 두둔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비록 처음에는 모르고 시작했다하더라도, 왜 이미 아내가 있는 남자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도 그 감정을 정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설령 아내의 입장이 아닌 사람이라 할 지라도, 이미 남이 이뤄놓은
가정에 평화를 깨는 일을 어찌 나의 "사랑"이라고 우길 수 있다는
말인가.

요즘같은 세상에 어쩌면 나같은 사람이 너무 고루하고 보수적인 생각
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이 세상의 도덕을 탓하기 이전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남자가 이혼을 하겠다고 백날 이야기하면서 불륜을 저질러도, 그게
진짜 이혼까지 하면서 새 여자를 들어앉히는 경우는 실상 드물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남자들은 마치 이혼이라도 할 것처럼 하면서
새로운 여자에게 접근하는가.

그것은 너무도 간단한 이치.
본마누라를 너무 너무 사랑하는 데, 너는 그냥 "즐기는 거야" 그러면
어떤 여자가 만나 줄 것인가.

남자들이란 다른 건 몰라도, 여자 꼬시는 부분에서는 본능적으로 여자에게 모성본능 내지는 보호본능을 유발시켜 사랑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내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입장에서 그 남자들의 형편을 보면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아내와는 성격이 안 맞거나, 아내 성격이 못되어서 시댁과도 충돌이 있거나 심지어 아내가 여자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둥...
그래서 자신은 외롭다느니, 자유롭고 싶다느니...

그러면서 새로운 여자와 사랑이 무르익다 싫증나면 그래도 본마누라가 자기 없으면 당장 어떻게 될 것 같아서 도저히 버릴 수 없다는 둥
어쩌고 하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확실히 하며 정리를 한다.

심지어 더욱 악랄한 놈은 자기 마누라를 시켜 새여자를 정리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게.... 이게.... 정녕 사랑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모양새인가.

여기에 오는 많은 아줌마들 중에는 남편과 사별한 사람도 있고, 이혼하고 홀로 되어 사는 이도 있고.. 또 대부분은 남편과 자식을 둔 평범한 아줌마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에세이방에서만큼은....
정말 에세이방에서만큼은 우리의 정서로 충분히 정화될 수 있는 그런 순순한 글들만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의 남자 사랑해서 괴로운 이야기... 이런 것은 부디 앞으로는 토크방의 "아무 얘기 쓰기" 같은 곳이나 "속상해" 코너같은 곳에 올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냥.. 요즘 에세이방 글이 너무 심란하여 상당수 반발이 예상되지만 숙고하여 이 글을 올립니다.
나는 이 에세이방에 애착을 가진 독자의 한사람이니까요.**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