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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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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해...


BY 올리비아 2002-05-06

샤워를..해..

너무.... 춥거든..

가느다란 물줄기가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우린...
서로가 무표정하게..
하나가 되지..

뒤돌아선
나의 목과 등줄기를
세차게 타고 내려오면

난 그냥..조용히 눈을 감곤 해..


샤워를.. 해..

너무.... 덥거든..

흐르는 물줄기에
메마른 스폰지가 물을 마시듯..

그렇게 그렇게
물과 내가 하나가 되지..

가늘게 떨리는 눈썹사이로
내려앉는 투명한 물망울..

차가운 내 몸을..
뜨거운 내 몸을..

그렇게 그렇게
꾸짖듯히 나를 두드리지..

뜨거운 물살에
차가운 물살에..

변덕스런 내 몸을 맡긴채..
젖은 머리칼도 쓸어 올리지않고

가느다란 어깨에 튕겨나가는
거센 물줄기의 말대답도 외면한 채..

그렇게 그렇게
물과 난.. 소리없이 싸우곤 해..

그리곤..
거울을 봐..

검은 눈동자는
좀 전보다 더 검고..

붉은 입술은..
좀 전보다 더 붉어져 있어..

희미한 내가 어느새
그렇게 선명하게 변해져 있었지..

거울속에 있는 또 다른 내가
변덕스런 나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며..

이렇게 달래주곤 해..

넌.. 아름답다고..
넌.. 사랑스럽다고..

그 달콤한 칭찬에.. 속아서
그 짜릿한 속삭임에.. 속아서..

오늘도..난
그렇게 샤워를.. 해..

샤워를 하면..
내안에 있는 나를..

바라볼 수 있거든..

그래서 난 가끔..

내 마음이 너무 추우면..
내 마음이 너무 더우면..

또 다른 나를 만나러..

샤워를....

하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