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이런것 좀 없었으면 좋겠어.."
딸아이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운동화를 질끈 매곤 휙 나간다.
아기다리고 고기다리던 그 옛날의 운동회는 이젠 없다.
아이들은 못내 투덜거리며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담임의 호루라기에 시쿤둥이 일어선다.
운동장엔 썰렁한 모습의 만국기가 묘하게 흔들리고,
워낙 많은 아이들이 조그마한 운동장을 멸치떼처럼 정신없이 펄떡거리고 있었다.
작은 원 안쪽은 저학년들이 한무리지어 그들만의 율동을 하고,
그 주위를 또 다른 학년의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있었다.
내 아이도 어디 있는지 겨우 찾고 보니.
별 관심 없다는 듯이 다들 따로따로이다.
학교 운동장도 좁은데, 교문 주위엔 자가용이 그득이다.
정말 발걸음이 절로 집으로 향하게 한다,이런 것이 아닌데....
그때의 초등학교,
즉 국민학교엔 약간은 촌스럽지만 눈부심이 있었었다.
그 동안 땡볕에 새까맣게 그을려가면서
부채춤도 준비했었고,
아이들은 팔뚝에 큼지막한 도장으로다 척하니 하루를 뽐냈었는데..
수도물도 마음껏 벌컥벌컥 마셔가며,
목이 쉬도록 우리 편을 외치고,
엄마가 푸짐하게 한상 차려준 풀밭 만찬에
구경만으로도 배가부르고
옆집 아줌마,할머니,등등의 온동네가
잔치였었다.
선생님께 드리는 박카스 한병에도
마음이 있었고,
땟국물이 흐르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푸근함이 넘치던 그 때의 온동회는 이젠 없다.
각반의 임원 엄마들은 차가운 음료수에다
간식거리를 쉼없이 조달하지만
아이들은 짜증만 내고 있었고.
풀밭은 고사하고 점심 먹을 공간도 부족하여
딸아이는 집으로 올 것이다,씩씩거리며....
우리 아이들은 어떤 추억을 간직할까.
아파트촌에 가려진 학교의 작은 운동장을,
새로 들여온 정수기 회사의 물 맛을,
대형 멀티 비젼의 컴퓨터 교육을,
어제 한 게임 종류들을,
이렇게 가슴 아리게 추억으로 떠올릴까....
나도 그러고 싶다.
우리 엄마처럼,
장농 깊숙이 모셔 뒀던 나들이 복을 입고서
도시락도 좀 넉넉하게 싸서.
딸아이가 즐거워하면서 나를 기다리는
학교의 운동회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