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라고 특별히 귀여울것도 없다. 첫째나 둘째나 한살차이니.
그래도 어디 그런가.
첫째는 여자애라서 그런가 제법 의젓하고 엄마 속내를 읽을줄도 알고.
제할일 알아서 다 하건만. 한살차이가 이리도 차이가 나는지.
학교에서 돌아오는 즉시 엄마 나 책사면 안되쥐 말끝에 애교를 부린다. 내 너속마음을 꿰고 있다. 누가 뭐 또 샀구나. 아이들이 자랑
했단다. 책샀더니 cd를 덤으로 주었다고. 책은 염불이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구나. 그럼 그렇지.
심각한 얼굴로 제법 의논을 해온다. 엄마 애완견은 털도 날리고
병도 옮길수도 있고 해서 엄마가 안키운다고 했지.
그래서 생각했는데, 오늘 신문에 털도 안날리고 병도 절대 안옮기는
강아지가 나왔다나. 팔십만원인데 할인해 준다고.
ㅎㅎㅎㅎ 내 안봐도 안다. 장난감 강아지지. 아니란다. 말도 잘듣고
말도 할줄 안다나. 어쩐다나. 광고를 가지고와서 보여준다.
나도 테레비에서 봐서 안다. 요놈아.
또 실망하고 나간다.
이번엔 무엇을 가지고 나타날 것 인가.
뒷꼭지에 되지도 않을 소릴 해본다. 어서 수학 문제나 풀어.
거실에서 팅팅 풍선치는 소리가 난다. 앞의 상가에 우동집
개업했다고 하교길에 얻어온 풍선이라도 가지고 놀아야하는 울아들.
열살이나 된 녀석이 하는짓은 꼭 세살짜리다.
저것이 언제나 철이 들어 의젓해 지려나.
심성 여리고 착하기만한 귀염둥이 남들처럼 개구장이도 못되고
선생님 말씀이라면 곧 법인 우리 막둥이.
공부하라고 선생님이 닥달이라도 하시면 저것이 공부만 하는
모범생 될라나. 그렇지 않아도 모범생이니 그냥 놔 둘까.
축구가 제일 싫고 피구는 조금 할줄 안다고 자랑하는 울아들.
씩씩한 개구장이보다는 겁많고 맘 여린 울 아들.
의젓해져서 말수 적어지면 이엄마는 점점 멀어지겠지.
어리광부리고 어수룩하고 철부지지만 지금의 네 모습이 너무 좋구나.
언제까지나 변치말고 사랑해 주렴. 짠순이 엄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