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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고 있는 일


BY 쟈스민 2002-04-30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은 결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아니었다.

학창시절의 나는
미술, 음악, 그리고 어학과목엔 누구보다도 남다른 재능이 있다고...
선생님들께선 늘 그리 말씀하셨다.

하지만 난 그렇게도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 배울 기회를 가질수도 없었으며,
하고 싶었던 성악공부의 꿈도 접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개인교습을 받기는 커녕 학교에 내는 수업료를 걱정해야 할 만큼
나에게 주어진 현실은 열악했다.
어려운 형편에 오남매가 모두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

사람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세번의 기회가 온다고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내게 있어 그 첫번째의 기회는 가지고 있는 소질을 살릴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지경이었기에 그냥 그렇게 묻어둘수 밖에 없었다.

예능계열이 아니라면 공부로 승부하겠다고... 무서운 집념을 불태우던 시간들은
아픈 현실을 잠시나마 잊어볼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결국 세상물정 모르는 자존심 하나로 버티어가던 열아홉의 청춘은
현실과의 타협을 하듯 지금의 일을 만나게 했다.

세월이 흘렀다.
그곳에서 20대와, 30대를 다 보냈다.
무수히 구겨지는 처참함속에서 자신을 끝까지 지켜내는 일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기다림의 연속이었으며,
스스로 일으켜 세우는 일도 늘 내 자신의 몫으로 남았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났다.
스물 아홉의 이르지 않은 나이에 어디엔가 안주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그러나 그곳도 나의 안식처가 되어주진 못했다.

비가 오는 날이 더 많았으며,
세찬 눈보라에 거세게 휩쓸리기도 해야 하던 날들의 연속 ...
사는것이 그랬다.

지금은 아마도 그런 세월들의 고갯마루를 넘어서서 한숨 돌리고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도 앞일을 예측할 수 없기에
항상 만약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서 살 수가 없는 듯 하다.

10년이 다 되도록 해 온 지금의 일을 그제서야 접어보고저 하는 마음 간절했지만
결국은 좀더 냉정하고 현실적인쪽으로 결정을 내린터에
이렇게 오랜시간 같은일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결혼에 대하여 누구나 가질 법한
나 보다는 나은 사람을 배우자로 맞고 싶은 소망이 내게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필요충분조건이 갖추어진 이에게만이
반드시 사랑의 감정이 이는 것이 아니라는 건
느껴보지 않고서는 말하기 곤란한 부분이지 싶다.

20대의 사랑과, 30대의 사랑은 많이 다른 빛깔을 띄우고 있는듯 하다.

전자가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는 반면,
후자는 다분히 기대고 안주하고 싶어하는 성격이 강한 것이 역력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은
나의 적성에 맞는 것도, 많은 돈을 벌게 해 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선택한 용기있는 사랑을
힘든 현실속에서 깨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지켜준것은 확실하기에
이즈음의 나는 그런 생각으로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그저 감사해야 할 부분인것만 같다.

주위에서 누군가는 그런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분야에서도
할일이 많은 사람 같다고 ...

그런말을 들으면 아직도 내가 뭔가를 새롭게 할 수 있으려나 ...
나를 관찰해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지금이 참 좋다.

하고 싶었던 일, 이루고 싶었던 꿈이 많았던 사람이기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수 있었고, 노래를 부를수 있었고,
시를 동경했기에 글을 써 볼수 있었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가끔씩은 어눌한 발음이나마 내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가 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기에 사소한 소품 하나도 남다른 감각으로 꾸미고 살수 있었다.

옷한벌을 골라도 컬러를 맞출수 있어 좋았으며,
늘 남다른 눈을 갖고 있다는 칭찬을 받으니 사는게 즐겁기도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전혀 다른 곳에서 하는 지금의 일은
내가 우리 가족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줄수 있는 사람으로 살게 했기에
어디에서나 자신감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게 해 주었다.

나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이 아니더라도
무슨일인가를 하고 있다는 충만함으로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나는 금새 한없이 부자가 된 느낌을 가질수가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이
가장 행복한 이는 역시 마음의 부자가 아닐까 싶다.

인생에 있어서 세번의 기회 중 한번은
아마도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만난것이 아닌가 한다.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많이 감사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빛이 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또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닐런지 ...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가끔씩 지루해질 때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