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노란우산 빨간우산 울긋불긋우산
신발 주머니와 같이 걸려있는 어수선한 아침.
교실에 들어서니 놀랐다 허브의 향기가 코를 자극시킨다.
순간 마음이 차분해짐에 놀란다.여유로워져 미소가 나온다.
지난 달 들꽃들이 많이 죽고 시들어 버렸다.
허브 화분으로 바꿔 놓았다
허브화분을 각자 책상 위에 놓고 공부를 한다.
분단이 6명씩 8분단이다.허브가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이 작은 화단을 방불케한다.
좁은 교실에서 화분을 엎질러 흙을 쓸어담는 일도
일과중 가장 좋은 일이다.자연인 흙을 손에 만져보는 일
그 흙의 촉감을 손가락으로 느끼면서 아이는 신비를 배운다.
교실에 허브냄새가 베어있는 것이다.
기분도 좋지만 이렇게 정신을 맑게 하는지를 몰랐다.
유리창이 쨍그렁하고 깨지면 순간 겁이 나고 무섭다.
깨진 유리에 다칠까봐서고 낯설은 경험으로 다가오기때문
그러나,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면 무디어진다.
벌써 마음에 날카로운 유리가 나의 마음을 차지하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입학 신학기부터 꽃을 곁에서 보아 온 우리반들의
심성은 많이 순화되고 온유해진것을 느낀다. 그 꽃을 그리고
꽃과 대화를 하고 물을 주고 가까이서 관심을 가지면서
사랑을 알게 되고 꽃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쉬는 시간에 여자 아이들이 연분홍의 산당화를 한움큼씩
주워와 교실의 바구니에 담아 노는것을 보았다.
꽃잎같은 아이들이...
맹모가 삼천지교를 한 이유가 거기에 있나보다.
대치동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이유도 교육을 위한 거란다.
태어나기를 잘 못 태어났어도 아름다운 환경에서 자라면
마음이 순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이
성장하여 자기 부모를 찾는 일,유럽이나 서구의 사람들이 여유가
있고 문학 음악 미술에 대가가 나온것을 보아도 그 자라온 환경이
자연을 무대로 자란 탓으로 여겨진다.
나는 그러한 중요성때문에 교실에 꽃과 나무를 많이 두고 수업을 한다.
인간은 먼저 심성을 아름답게 다스리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따뜻한 사랑이 있는 가정환경
자연이 숨쉬는 아름다운 주위환경
사랑과 관심이 있는 인간교육의 장인 학교환경.
그 중에서 한 가지만 소홀해도 인간의 심성은 삐뚫어지고
삭막해지고 망가지는 것을 본다.
어제도 카드값을 갚기 위하여 무고한 사람을 다섯이나 죽인
일을 보면 삭막하게 자라온 사람일수록 생명을 중시 여기지 않는다.
생명의 신비함은 놀라운 일이다.
식물원같은 우리 교실 향기 좋은 유리 교실 그 안에서 공부하는
예쁜 아이들이 앉아 조잘대는 모습은 살아있는 그림이다.
첫 시간이 끝나고 둘째 시간이 시작되었는데도
지저분한 옷차림에 표정도 엉망인 민재 용범이가 들어오지 않았다.
누가 들어오지않았어요. 현수가 선생님 제가 가서 빨리 데려오겠습니다.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두 인물을 데리고 왔다.
비가 와 웅덩이가 진 곳에서 물장구를 쳤단다. 너무 재미있는 얼굴이다.
옷은 다 졌었지만 너무 신나는 표정들이다.
이런 천진한 아이들을 나무랄 수가 없다.
현수야 네가 선생님이다 한 번 이아이들에게 어떻게 하겠니?
얘들아 그렇게도 재미있었니 이제는 시간을 잘 지켜라.
잘 타이르는 현수를 보고 나는 반성을 많이 한다.다정하신 선생님의
모습으로 나도 남아야 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