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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한잔(폭탄주)마시고 남편과 다툰 그 이후


BY 새별 2001-04-13

어제는 회식 자리에서 거절하다 거절하지 못해 엉겁결에 폭탄주 한잔을 마실수 밖에 없어서 눈 감고 "꼴깍"하고 마셨답니다.
평소 소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간 제가 사고를 쳤으니 차를 가지고 온지라 할수없이 일하고 있는 신랑에게 데리러 오라 했더니 투덜거리며 자기 차를 가지고 왔더군요. 그때가 저녁 8시20분경이더군요.남편이 오는 동안엔 말이 없더니 집에 와서는 "가정주부가 회식 자리에서 술마시고 온 사람은 당신뿐일꺼야 우리 여직원들은 회식 한다면 다 도망가더라"하며 퉁명스럽게 얘기 하는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안좋아 보여 눈치보고 있던중인데 저 참지 못하고 꽥 소리 질렀어요"나만 있던거 아니야 다른여직원들도 다 있었어. 빠져 나갈수 없는 분위기였다니까" 참고로 남편은 저의 이 갑자기 냅다 소리 지른 태도를 평소 못마땅해 하거든요. 갑자기 조용해진 아이들, "뭔말을 못해"하는 남편 그 이후로 말다툼이었죠 뭐! 제가 속상한 이유는 저도 회식자리 가기 싫었고 술마시기 싫었지만 어쩔수 없는 분위기였던 것인데 다른 여직원은 모두 갔는데 나만 철없이 남아 넙죽넙죽 술이나 받아먹는 여자로 본거 그거였고. 남편은 아이들 밥도 안차려주고 회식에 나갔으며 준다고 못먹는 술을 먹었느냐는 그런 내용이었답니다.
어쨋든 어제는 우리부부 각방 썼답니다. 남편이 따로 자대요. 평소 같으면 새벽에 제가 가던지, 자기가 오던지 하는데 아침까지 서로 잘자고 아침일찍 7시도 되기전에 자기 혼자 밥차려 먹는 소리 들리더니 안방에 와서 화장품을 평소보다 더 힘차게 바르고 가겠단 소리도 안하고 "쌩" 출근했답니다.
'후 내가 먼저 전화해 말어' 망설이다가 하루종일 일하면서 서로 속상할까봐 먼저 전화해서 "이 인간아 그런다고 삐져서 자냐?" 남편은 "나 너무 바뻐 끓어 끓어" 이러더군요. 제가 진거죠?
저는 전생에 아마 남편에게 못할짓을 너무 많이 해 아마 빚 갚으려고 부부로 맺어진듯 싶답니다.
그렇지 않고야 남들은 며칠씩 말도 안하고 지내며 화를 낸다는데 저는 바가지 긁는 그순간 남편의 잘못이 용서가 되버리니...
밤새 술먹고 집에 들어오지 않고 그다음날 저녁에 또 술이 취해 들어와도 들어오는 순간 용서가 되고, 싸우고선 답답해서 먼저 말을 걸어 풀어버리곤 하니...
사실 저는 남편을 보면 애잔한 생각이 듭니다.
직장을 한번 바뀐 경력에 아내와 직급은 같지만 근무년수가 더 적어 스트레스 받을거고 (제가 공무원 7급일때 그는 9급이었음) 부러움반 농담반으로 직장동료들이 "저 녀석은 마누라까지 잘 만나가지고" 이러는것도 싫겠죠? (순전히 자기들보다 월급이 많단 이유로.....)
집안 살림은 영 젬병인데 밖에 나가서는 똑똑한척,야문척,완변한척,현모양처로 비치는 아내 덕분에 마음 고생도 할거예요.
살림 못하는 아내와 깔끔한 자기 성격 때문에 할수 없이 밥도 자신이 챙겨 먹을때가 많고 청소도 다른남자보다 많이 해야 하는게 부담스러울거고...그래서 저는 자꾸만 용서만 해버리고 맙니다.
그가 버릇이 나빠질것도 알지만 제가 먼저 양보해 버립니다.
벚꽃이 하늘에 눈꽃이 되어 날리고 햇볕은 따사로운 점심시간!
앞으로도 저는 수없이 용서하고 양보할수 밖에 없는 핑계를 만들면서
부부싸움에 질게 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