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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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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라아…


BY allbaro 2001-04-12

키스라아…

너무나 부드러운 계절이 슬그머니 자꾸만 다가 오고 있어서 그런
지 오늘 키스하고 싶다는 분이 넘 많이 계시니까, 그냥 사이버
상에서 상상만으로 첫사랑의 그녀 또는 그 사람과의 시간을 가져
보세요. 현실에서 아무나 하고 그랬다간 문제가 크지 않겠어요?
이 봄에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


그 날은 늦은 5월의 토요일 이었습니다. 우리 둘은 머리에 동그
란 햇살을 후광처럼 이고 대학로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답니다.
커버를 열어 버린 Jeep 위로 흘러 드는 바람으로 당신의 머리 결
은 샴푸 CF처럼 그렇게 뒤로 길고 멋지게 날리고 있었고, 가늘
게 뜬 두 눈으로 짙은 속눈썹은 더욱 차양처럼 길게 내려 와 있
었습니다. 우리는 대학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그 곳에서 에
스까르고 구이와 스며든 햇살로 황금 빛을 더해가는 생맥주를 앞
에 놓고 그렇게 마주하는 눈동자로 미소를 꽃잎처럼 상큼한 대기
에 날리고 있었답니다.

‘저는 이곳이 좋아요. 저렇게 사람들이 바람을 닮은 맑은 웃음을
흘리고 다니는 것이 너무 좋으네요.’, ‘네 그러세요. 요즘엔 조금
우울해서 늘 학교 작업실에서 살았네요. 오늘 덕분에 좋은 곳 와
보았네요.’ 신경 써서 만든 장미 꽃다발에 가볍게 다시 코를 약간
가까이 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입술이 너무 도톰하고 반짝
입니다. 가늘고 긴 손가락에 뭔지 모르는 반지가 하나 신경에 거
슬립니다, ‘머지요? 이 반지?’, ‘네 이거 고등학교 졸업 반지예요.
부산의 고등학교요.’, ‘아하 그랬군요.’ 다시 조금 편안해 지는 마
음으로 입술에 거품이 조금 묻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근데 그 선
글라스 넘 잘 어울리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사실은 러브 어페
어 보구요. 웨렌 비티가 ?㎢?것이 너무 인상적이라서요.’, ‘네에
저두 그 영화 보았어요. 중간에 넘 안타깝더라구요.’ 그렇게 서로
수줍음으로 말도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그럭저럭 꾸려 나가
는 데에도 세상에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잠시 미소 속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태양은 서
편으로 주욱 늘어져 버리고 파라솔의 해 그림자가 머리 위를 벗
어난 뒤에야 우리는 어두움이 슬금 거리며 다가 오는 것을 알았
답니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 오겠습니다.’, ‘음 본드냐? 나야
그래 나 오늘 좋은 사람 데리구 갈꺼다 꽃.. 그래 부탁해…’

‘오래 기다리셨지요? 죄송합니다. 자 가시죠. 춥지는 않으신가요?’,
‘근데 저녁에 조금 늦어도 괜찮으신가요?’ 약간 발그레 해진 당신
은 늘 그랬던 것처럼 조용한 미소를 먼저 내게 던지고 ‘많이 늦
으면 사촌언니가 걱정 하겠지만…’ 그러구 다시 눈을 가느스름하
게 떳었던 기억입니다. 한남대교를 지나며, ‘우리 이 다리 함께 건
너는 것은 처음이지요?’, ‘네 그렇군요.’, ‘앞으로 굉자히 자주 함께
건너게 되겠지요.’ 또 다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미소로 답을 합
니다. 주변의 차량에서 사람들이 힐긋 거립니다. ‘아시는 분들입니
까?’, ‘호호 아니예요. 짓궂으시네요.’, ‘하하 그랬나요?’ 담배를 하
나 물고 ‘이따가 얼굴 화장 고치셔야 할겁니다. 서울 공기가 좀
그렇잖아요… 오픈카 타기엔 좀 별루지요. 오늘 제가 한 오버 합
니다. 이해해 주세요. 아름다운 여자분 앞에서 남자들은 늘 고양
이 앞의 쥐니까.’ 참 유치한 대사를 잘도 했던 기억입니다. 그래
두 당신이 조금 더 아름답게 볼우물을 만들어 주어서 다행 이었
군요.

‘어 형 오셨어요?’ 제임스가 먼저 반겨 줍니다. ‘그래 잘 지내고?’
Bar에 있던 본드가 ‘어? 형 오늘은 웬일로 여자분과…’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당신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립니다. 내가
거기 가면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할꺼라고 당신께 미리 일러 두었
지요? ‘호호호’ 영문을 모른 채 머쓱한 본드에게 ‘순서대로 가자
구!’ 한마디를 던집니다. ‘넵! B52 갑니다. 이건 아름다운 숙녀분께
드리는 특별한 칵텔이지요.’ 네 맞아요 당신은 분명히 아름다운
숙녀였고 나는 넋이 나간 신사 였네요. ‘보스턴 티 파뤼’, ‘OK! 두
분 손바닥 내세요.’, ‘어머 이건 뭐지요?’, ‘자자 멍키 브레인 입
니다. 이분 정말 운 좋으시네 형 같은 분을 잡으시다니.’ 본드가
너스레를 떱니다. 그러자 당신은 뜻밖에도 ‘저두 그렇게 생각해
요.’ 라고 조용히 대답 합니다. 저는 속으로 ‘이야호우!’를 세 번
쯤 외쳤네요. 그렇게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제임스가 신호
를 합니다. 본드가 한눈을 내게 깜박입니다. 그래 이왕 여기까지~
용기를 내자. 현란한 칵테일 쇼와 함께 머리 위에 매달린 종을
칩니다. 땡! ‘자 여러분 여기 이 숙녀분께 특별한 선물이 있습니다.
자 제임스!’ 오호 이 친구들 제법인걸?

가운데 꽃대가 긴 하얀 백합과 노란 장미가 멋지게 어우러진 꽃
다발을 들고 다가와 당신에게 무릎을 꿇으며 전합니다. 당신 학
교 앞의 화원에서 급조한 빨간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던 당신의
눈이 더욱 동그래 집니다. 그래서 양손에 붉고 노란 장미다발을
안은 당신… 두 다발의 장미 가운데에 묻힌 당신은 정말 말로 표
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소름 끼칠 정도야 너무
아름다워…

‘해서 원샷을 하시구 열을 셀 때까지 키스를 하셔야만 합니다.’
라고 했을 때 당신의 두 눈이 오늘 하루 중 가장 동그래 졌구,
나는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마음속은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잠시
영원 같은 침묵이 흐르구 당신은 ‘어쩌지요?’ 라고 물었던 기억입
니다, 나는 남자의 용기란 이런 순간을 위하여 준비된 것! 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찬스를 버리면 나중에 죽어두 지옥 문지기에게 따
로 박살이 날것 같았답니다.

오른팔로 당신의 왼쪽 허리를 가볍게 잡고 왼팔로 당신의 긴 머
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오른쪽 어깨 근처인가를 잡았습니다. 그리
고 그대로 당신의 아랫 입술에 먼저 가볍게 입술이 닿았습니다.
불꽃이 튈 것 같은 그 순간! 혀끝으로 달콤한 칵테일의 향이 조
금 느껴졌고, 그리곤 이 세상의 향기 같지 않은 당신의 진한 향
기가 온 몸을 감쌀 때,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어 버렸습
니다. 당신을 안은 두 팔에 조금 더 힘을 주며 입술을 더욱 강하
게 밀착 시킬 때에 당신의 어깨가 조금 움찔거린 것을 느꼈지만,
그대로 당신의 입술을 열고, 고집스럽게 닫혀 있는 하얀 이를 열
고 혀를 강하게 밀어 넣었습니다. 당신의 몸이 조금 더 떨린 것
을 느꼈지만, 나는 본드가 ‘하나, 둘,…’ 을 세는 소리를 꿈결같이
느끼며 당신의 혀에 인사를 건넸고 꼼짝도 하지 못하는 당신의
입술과 잇몸과 혀를 마음대로 돌아 다녔습니다. Freedom!~

머리 속이 텅 비는 것 같았고 당신의 치아 끝이 엄청나게 큰 것
처럼 느껴지도록 감각 만이 100만 배쯤 확대되어 버린 것 같았
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수치심도 스르륵 사라져 버렸습니
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빠른 전기가 몇 번이고 오르내리는 것을
느꼈고, 가슴이 어찌나 쿵쿵! 거리는지 당신에게 들켜 버릴 것이
뜬금 없이 걱정 되었습니다. 이런 팔까지 힘이 빠지면 안돼!

세상에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어느덧 당신의 손이 내 허리쯤에
있는 것이 느껴졌고 당신이 내 하얀 셔츠를 조금 힘주어 잡는 것
이 느껴 졌습니다. ‘그만 그만!,’ 종을 다시 땡땡 거리며 본드가
소리치는 것을 들으며 잠시 당신에게 빠져 있던 정신이 돌아 오
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사람들이 보자 보자 하니깐 끝이 없네.
형 20도 넘게 센 것 아세요?’ 정말 아쉽고 더불어 본드도 미웠지
만 그래도 제일 미운 것은 그렇게 총알 같이 지나가 버린 시간
이었습니다. 이대로 떨어지면 넘 창피하겠다 하고 망서리다가 당
신의 혀가 약간 밀어내는 느낌으로 갑자기 시간이 핑그르르 천천
히 브레이크를 잡으며 정상으로 돌아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
시 55Cm의 간격이 되었을 때, 곤란한 표정의 당신을 보구, 나 역
시 어쩌지이~ 하는 표정으로 조금 망연해 있을 때, 당신이 조금
아주 조금 웃으면서, 진짜 쪼그만 당신의 핸드백을 열구 손수건
을 꺼내어 내 입술을 닦아 주었습니다. ‘립스틱이요…’ 그렇게 조
심스레 닦아주는 당신에게 건넨 얼간이의 말은, ‘너무 달콤 했어
요, 나중에 또 해주세요.’ 그래요 그 날로부터 난 뽀뽀 쟁이가 되
어 버렸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뽀뽀 쟁이.


이거 소설이니깐 넘 지나친 상상은 금물입니다. 하하하!
도곡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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