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람 다 처음 선을 보고나서 서로가 상대에게 시집장가 안가겠다고 부모들께 말했다.
여자쪽에서 본 남자는 그야말로 철없고 인상도 나쁘고 게다가 2살이
나 어린 연하 그것도 종가집 종손에 부모는 이미 환갑이 다되어가니
서울에서 새로운 물 1년이라도 먹어본 그녀에게 정말 기가 막힐 노릇
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조건을 그녀의 부모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니
참 생각하는것도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같으면 어디 가당키나 한 조건인가 말이다.
그러다 그녀는 결혼식을 열흘쯤 남기고 또다시 탈출을 감행하는데
그때는 교통편이 매우 불편할 때라서 그만 뒤쫓아온 오빠들에게 붙들
려 돌아와야만 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자가 밖으로 도는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생
각을 굽히지 않았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 아버지의 몸엔 이미
병의 조짐이 있어 본인 건강할때 막내딸 혼사를 치르고 싶어하신것이
다. 그것도 그 근동에서 가문좋기로 소문난 집안이니 딸의 행동은 그
져 한때의 반항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참 사람의 평가기준은 절대로 가문이 될수 없다는 나의 생각을 굳히
게 하는 계기도 된다.
남자에 대해선 지난번에 이미 군대에 자원입대해서 도망갈려고 했다
는 이야기를 했으니 그만 생략하고
어디 그런 결혼이 좋은 결혼이냐고요
이렇게 분개 하다가도 또 그렇게 두분이 합해지지 않했으면 지금의 내
가 없으니 잘했다고 해야할지 못했다고 해야할지
결혼 첫날부터 살엄음판 같던 부부사이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한건
결혼 얼마후 남자가 사귀었던 여고생이 동네 저수지에 빠져 자살하는
사건이 생겨 남자는 스스로의 죄책감에 빠져 거의 날마다 술로 생
활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였다.
아직 졸업하지도 않은 학교는 팽게치고 술에만 빠져 사니 퇴학당하
는 것은 자명지사이고 그의 주사로 인해 집안 꼴이 말이 아니게 된거였다.
그렇지 않아도 적응하기 어려운 결혼생활이 더 힘들게 되자 그여자는
은근슬쩍 다시 자유를 꿈꾸게 된다.
존경할 수 없는 사람과의 생활은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당시엔 한번 혼인한 여자가 재혼하는것도 안좋게 보던 때
라 더군다나 폐쇠적인 시골이다 보면 이혼이란 그런말 꺼내는것 조차
큰일저지르는 일이라 날마다 눈물로 보내야만 했다.
그런딸의 고통을 멀리서 전해들은 그녀의 부모가 그 어렵다는 사돈??
까지 찾아와 남자를 타일렀지만 아무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임신을 하게되어 혹시 아들이라도 낳으면 조금 괜찮아질
거라는 어른들의 희망섞인 말에 위안을 삼으며 포기하고 생활할즈음
불러진 배로 부엌에서 일하던 그녀를 본 남자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잡아 손에 들고온 구렁이 한 마리를 그
만 그녀의 목에 확 감아버린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대목에서 절대로 용서할수 없다.
그남자 나중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단다. 술에 취해서
그럼 그여자 어떻게 됐겠는가
8개월의 몸으로 목에 감긴 구렁이에 놀라 그만 아이가 사산되고 말았
다. 딸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나의 제일큰언니는 세상의 햇빛을 조금도 받아보지 못하고 세
상을 떠나야 했다.
그녀를 보면서 다행이 시어머니는 그녀를 불쌍히 여기고 무척 미안해
했다고 한다.
몸이 회복되고 그녀는 더이상 미련이 없다며 집을 떠나게 된다.
당장 갈곳이 없던 그녀는 조금 멀리 시집간 친구가 마련해준 집에 머
물게 되었는데 통신시설이 발딸하지도 않은 그때에 사람들의 소문은
참 빠르기도 했던가 보았다.
여자혼자 생활하는걸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의 말이 입에서 입으로 번
져 결국 그녀의 친정아버지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열락을 받고 찾고있던 딸자식 소식에 울며 안가겠다고
하는 딸에게내생전에 호적더럽힐수 없다며 오빠들과 다시 붙들어다 그
녀의 시댁에 백배 사죄하며 보냈다고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남자가 잘못해서 그렇게 됐는데 왜 여자의 부모가
남자 부모에게 꼼짝도 못해야 하는냔 말이다.
자신의 부모가 시부모에게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자신
의 행동이 혼자만의 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단념하고
말았다.
한번의 그녀의 반란으로 인해 그녀 부모는 모욕을 당했지만 시댁에서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녀가 떠나면 결국 자신들에게도 이로울것이 없다고 판단했던 모양이
다.
이대목에서 또 하고 싶은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참지말고 맞서라고
하고 싶다. 상대도 잘못이란걸 알아야 바뀔수도 있는것이다. 부당한
시집살이 하고 계신 님들
남자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살갑게 대하는 시어머니와 차
츰 정이 생기면서 그녀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 달달이
찾아오는 제사도 그땐 형편이 나아 집에 일하는 사람도 있고해서 수월
하게 보냈고 또 바로 아이가 들어서 이번엔 아들일거라며 워낙에 몸
을 조심시키는 덕분으로 그럭저럭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손녀가 태어나자 시부모 못내 서운해 했지만 달이갈수록 그 예쁜모습
에 혼을 빼앗긴 두분 무룹에서 내려놓지 않고 예뻐했다고 한다.
그 아이가 바로 나의 언니이다. 언나와 나는 여러모로 대비되는 인생
을 살게 되는데 자식도 좋을때 태어나야 애틋함도 더한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