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앓았다. 오한이 들어 자꾸 솜 이불을 덮었고, 전기장판의 불을 올렸다.
배가 아프고 팔다리가 쑤시고...
좀처럼 병원에 가지 않는 내가 오늘 아침엔 병원에 갔다.
아이들 때문에 낯익은 의사가 나를 진단했다.
\"장염이시네요\"
링거를 맞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가 보고 싶어진 거다.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보면 매일 몸살을 앓듯 그렇게 몸이 아프다고 하셨다.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프다 아이가..\"
서울에서 사십 년을 넘게 사셨지만 엄마는 늘 경상도 사투리로 그렇게 말씀하신다.
몸살로 몇 날을 아프면서 매일 그렇게 아프다 한 엄마가 그리워 진 거였다
\'젊었을 때 몸 아끼라... 거저 아픈 게 아니제.... 내가 젊었을 때 몸을 함부로 부려 먹어서 그런기라...\"
병원에서 한 시간가량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약을 먹고 오전 내내 잠을 잤다.
그러고 나니 한결 나아졌다.
그때 창밖으로 바라본 하늘... 사월의 아름다운 하늘 그것이었다.
아파트 주변의 신록이 새삼스러웠다. 얼마나 예쁜 모습으로 다가서는지....
한참을 베란다에 앉아 밖을 내려다보았다.
그때 전화가 왔다.
\"뭐하노?\" 엄마셨다...
\"엄마 딸 오늘 아팠어요\"
사십 넘은 딸이 어린 아이마냥 엄마에게 아프다고 했다.
\" 몸살도 나겠지...니가 좀 부지런 하냐.. 집안 청소도 대강하고 아이들에게도 너무 그랬쌓지 마라..
엄마 눈엔 늘 딸이 어린아이 같고 딸의 분주함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했던가... 내 엄마가 나를 사랑하듯 내가 매일 몸살을 앓듯 앓으신다는 내 엄마를 사랑하며 살고 있는 것인가? 내 아이들이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면서 내 엄마 아픈 것은 어떻게 했던가...?
어제 하룻밤 앓음으로 인해 난 전혀 새삼스러울 것 같지 않는 엄마에 대한 안 서러움으로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다.
햇살이 무지 좋은 황사가 없는 날 전화도 없이 엄마를 방문할 계획이다.
점심도 사드리고, 엄마랑 사진관에서 사진도 찍을까?...
그리고 신록이 가득한 공원 뜰에서 엄마에게 어린아이처럼 수다를 떨다가 와야겠다.
내 아이가 커 버릴 때 까지.. 내 형편이 좀더 나아지면... 그때까지 미루어둔 효는
이미 기회를 잃어 버릴찌도 모를 일이다.
약 기운이 떨어진 걸까? 또 추위진다. 배도 아프고 팔다리가 쑤신다.
자리에 누워야겠다. 빨리 회복해서 엄마를 찾아 가야지...
요즘 어떤 꽃이 예쁠까? 아니....사골을 사다 드릴까?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져다.
그래서 하나님은 좋은 것 아니면 아니 주시는 모양이다. 이틀의 몸살로 효를 회복케 하시니 말이다.
엄마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뭘 하려 왔노...\" 반가움에 가득 찬 그 목소리에 상반된 엄마의 표현이...
들리는 듯하다 반갑게..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