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엔 흐린 하늘과 만났는데...
어느새 하늘은 웃고 있습니다.
지하철역 부근에 자그마한 아파트가 들어섰지요.
겨우내 공사를 하고, 봄이 오기전에 느티나무 몇그루가
역과 아파트사이에 심기워졌습니다.
출,퇴근길에 늘 걱정이 되었습니다. 봄이 오기전에 심기운
나무인지라 싹이 트지 않으면 어쩌나 해서지요.
역을 빠져 나오기가 무섭게 나무먼저 올려다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어느날...나뭇가지 사이에서 참새 부리모양의
녹갈색이 돋아나기 시작을 했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또 얼마나 감사했던지요...
생명이 없어 보이던 나무도 그렇게 봄이라고 싹을 틔우는데
사람은 한번 가면 두번다시 오지 못하는 이치는 무엇일까요?
사람은 욕심이 많아 불필요한 요소로 마음이 가득하여 새로운
생명이 차지 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모양입니다.
작년 이맘때...
두 친구가 종양제게 수술을 했었습니다.
왕벗꽃잎이 눈이되어 날리던 계절이였지요.
다음은 내 차례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보냈었지요, 아직은 제 차례는 되지 않았지만 늘 옷깃을
여미는 겸손함으로 살아야 한다고 다짐을 하곤 합니다.
지금...
같은교회에 출석을 하는 또래의 남편이 암 선고를 받고 입원을
하고 있습니다. 수술로 제거를 해내야 할 지 항암치료를 먼저해야
할지 의사들도 의논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이가 많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래는 울먹이며 말합니다.
지난해 11월 부터 아프다고 했는데 감기한번도 앓은일이 없던이라
무심하게 넘겼다고, 그저 관심끌려고 엄살을 부리는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좀더 신경좀 썼으면 이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텐데
하면서 자책을 합니다.
또래는 자기 잘 못인양 울기만 했습니다.
분명 또래의 잘못은 아닐텐데...
전 먼저 겪은 사람인지라 그 심정을 알것만 같았지요.
답답하고, 암울한 그 마음을...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땐 그저 곁에서 바라만
보아 주는것이 최선책이니까요.
궁금하여 물어오시는 많은 분들은 정말 걱정이 되어 물으시는
것이지만 대답을 하는 본인은 같은 말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짜증이 나게 마련이지요...
그땐 감사함보다, 묻지 않고 있어도 다 알게 될텐데 하는 원망이
먼저 들었었습니다. 힘들어 상대를 배려 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전 웃으며 말했습니다.
"힘내! 지금은 시작이야, 수술하고, 치료 들어가게 되면 진짜싸움이
남아 있거든...지금부터 울어서 지치면 정말 힘내서 싸워야 할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지금은 힘내서 밥많이 먹고 아무생각도
하지마, 생각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신에게 지워진 십자가를 벗으려 하면 더 커다란 십자가가 온다고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벗어버리고 싶어 발버둥치다보면 어느새 더 커다란 짐으로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다 수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또래를 보면서 10년이 다 되어가는 그때를 떠올리며 우울해 졌지요.
그땐 세상의 모든 불행을 혼자 떠 안고 산다고 생각을 했었지요.
저보다 불행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어 보였습니다.
조금만, 옆으로 눈을 돌려보면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도
그땐 제 초라하고, 암담한 모습만 보였으니까요.
산다는 것은 그렇습니다.
가는것이 있어야 오는것도 있을 것이고...
슬퍼 울어야 하는 날이 있었다면, 기뻐 웃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것... 그래도 또 울어야 한다면, 한바탕 울고
오늘처럼 화사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일처럼 그저 일상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기쁘고 행복하기만 하겠습니까?
체념과 포기가 빨라야 기쁨과 행복을 빨리 만날 수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죽은것 처럼 보였던 그 느티나무에서 봄이라고 새싹이 돋듯.
희망도 그렇게 찾아오는 것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