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내겐 심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잠도 자고싶지가 않고, 밥도 먹고싶지가 않고,
일도 하고싶지않은...
하지만 내겐 밥벌이를 꼭 해야하는 사명감때문에
그 아무것도 쉴 수가 없었다.
어느날 잠자리에 들기전 일기를 쓰고 있는데
큰아이가 쪽지한장을 보낸다.
읽어보니, 엄마 힘들어 하지마세요! 저희들은 누가
뭐라해도 엄마 편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엄마의 수고와
시련을 모두 기억하실께예요. 제가 해결은 해 드릴 수
없어도 들어드리는 것은 할 수 있는데...
속상하시면 제게 이야기라도 하세요...
에구, 난 너무나 챙피했다.
내 소중한 딸들은 어미의 사랑노름에 희생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추스려야지...
작은녀석이 내가 힘들어 하는것을 알고, 이야길한다.
엄마 그렇게 힘드시면 모두 없던일로 하세요.
지금 엄마모습이 우리엄마 같지가 않아요.
엄만 씩씩하잖아요, 너무 불쌍해...
지독한 몸살로 휴일종일을 앓아누웠다.
더 앓고싶은데...몸살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도망가버린다. 난 무엇으로 만들어 졌길래 아프지도 않은지.
하긴 아프면 내 자식들은 어쩌라고, 다 알아서 주시는 짐을
더 받고싶어 안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저녁 내가 아프다는 이야길 듣고 그사람이 집엘왔다.
작은녀석이 그사람을 붙들고 따지기 시작한다.
"지난번에 약속하셨잖아요! 우리엄마 힘들지 않게 하시겠다고,
제가 엄마께 말씀드렸어요, 그만두시라고, 헤여지시라고...
만약에 우리엄마 울게 하시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꺼예요!
남자시잖아요, 그리고 기도도 하신다며 약속지키세요?"
그사람 작은녀석 이야길 들으면서 꼭 죄인처럼 앉아있다.
어쩜 저렇게 당돌하게 이야기를 할까, 내가 잘못했구나
생각이든다. 저사람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아닌데...
엄마한테 혼나는 아이처럼 아무소리 못하고,
"그래 미안하다. 이제부터 엄마 힘들게 하지 않을께...그러니까
너희들이 좀 도와주라, 나 엄마를 너무 사랑해 거짓말 같겠지만
정말이야, 내말 믿지, 그래 믿어주라"
그사람 내아이들에게 사정을 한다.
"기운차려 당신그러니까 나 아이들에게 혼나잖아, 제발
나 믿고, 나 당신정말 사랑해...그래서 마음이 더 아파."
급기야는 울것만 같은 얼굴이다.
난 그냥 웃기만 했다. 할 말이 생각이 나질 않아서...
아무것도 진전되는 것도, 후퇴하는 것도 없이 제자리
걸음으로 머물러 있는 이사랑을 난 감당할 자신이 자꾸만
없어지고 있었다.
그사람 임지로 옮겨가지 전에 무엇이든지 해결을 하겠노라
내게 말을한다. 하지만 해결이란게 쉽게 될 수가 없다는 것을
난 알고있다. 물론 그사람아내가 함께 갈지 어떨지도 난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생각해 보니 그사람 부부싸움에서 내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시작했다.
내가 있어 부부싸움을 하는것이 아니라, 그사람은 부부싸움뒤에
날 안식처로 삼았으니... 갑자기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난 그사람에게 넉넉한 뜰이 되어주고 싶었다.
사랑이란 구속이나 집착이 있어서는 안?쨈募?내 지론때문이다.
그사람이 내 마음의 넉넉한 뜰에와서 편히쉬고 가기를 난
바랬다. 헌대 어느날 부터인지 나도 그사람을 구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돌아보게되었다.
임지로 떠나기전날 그사람 늦은밤 날 찾아왔다.
그리고 쓸쓸하게 말한다.
"00엄마 함께 가기로 했어!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아무런
방법이 없다. 당신 아프게 하려는게 아니야... 서류정리를
하려면 위자료를 달래, 있는것 다 가져가라 했어...그런데
그것가지고는 부족하다잖아, 죽어도 이혼을 못해주겠데...
지금 날 얽어메고 있는 이 사슬을 끊어버릴 용기가 난 없어,
당신어떻하니! 이곳에 당신혼자 두고 가는것이 불안해,
어디로 도망가 버릴것 같아서..."
난 생각했다, 그사람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사람 내겐 아니라 했지만 아직은 00엄마에 대한 사랑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남아있다고... 살아온 세월을 어떻게
무시 할 수가 있단말인가...
"내가 언제 당신부부 이혼하라고 했어요! 나 그런것 요구한적
없어요. 이사가는데 당연히 함께 가야하는 것 아니예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좀 슬펐다. 아니 많이 슬펐다.
난 알고 있다. 그사람은 나도 00엄마도 쉽게 버릴 수 있는
파렴치한 사람이 못된다는 것을...
그것을 알기에 난 가슴이 아프고...
그사람 사는것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전화도 마음대로 못하고, 밖에도 마음대로 못나온다.
아내의 허락을 받아야하고...
난 생각한다, 그사람 사는곳이 감옥같다는...
그사람은 그곳을 탈출하고 싶어 날 사랑하는지도...
아니 내가 탈출시켜주길 바랄지도...
임지로 옮겨간후 만날 수 없는 것은 물론...
전화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아 바쁠 것이란 생각은 하지만
그사람 전화한통 마음놓고 못했다.
어느날 내 휴대폰 번호와 같은 그사람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니 정지가 되여있었다. 궁금한데, 알길이 없었다.
그사람이 전화를 해주거나 날 찾아오지 않으면 난 절대
먼저 연락을 할 수도 만나러 갈 수도 없는 상황으로 간 것이다.
그래 그렇지!
사랑은 무슨놈의 사랑이야!
샤워를 하러 욕실엘 들어가 칫솔에 치약을 묻혀 입으로
넣으려다 갑자기 유행가 한가락을 흥얼거리게 되었다.
(사랑해선 안??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하는...)
거울을 보며 웃었다, 맞다...어쩜 유행가는 이렇게도
가슴절절하게 만들어 졌는지...
하루에도 몇백번씩 정리를 했다가 그사람을 탈출시켰다를
반복했다. 난 사는게 재미없다는 생각을하기 시작했다.
햇살이 너무도 아름답고 맑은봄날...
흐린날 보다 화창하고 맑은날에 자살확률이 높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다.
화사한 날 내게 충동이 일어났다.
죽고싶다는...
하지만 난 잠시 보류를 해야했다.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다하는 어미가 되고싶어서이다.
그래도 시간을 흐르고 난 여전히 그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틀만엔가 그사람 전화를 했다.
대충정리를 끝냈노라고... 왜 그것을 내게 보고를 하는지
웃음이 났다. 난 그저 일상적인 말로 수고하셨네요. 란
대답으로 대신했다.
다음주 정도에 서울에 가겠노라고, 난 억지로는 나오지 말라고
대답을 했다. 이젠 내가 지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이사랑을 어디까지 끌고가야 하는지 알 수도
없고, 그만두자니 내마음에 있는 그사람의 자리가 너무
커서 메꾸어질지 의문도 되고, 겁도나고...
그때부터 난 내 자신에게 싸움을 걸기시작했다.
무슨 방법으로든 해결을 해야한다고...
그러나 아침생각 다르고 점심,저녁생각이 다르니 어찌하나...
혹여 그사람이 예고도 없이 퇴근시간 마추어 날 만나러 와줄까를
기대하며 출근을 한다. 어느날은 혹시 전화를 했다가 내가
자리에 없으면 어쩌나 해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기다린다.
가끔씩 새벽에 전화를 해준다.
난 저녁이 되면 억지로 잠을 청한다.
새벽에 전화를 받으려고...잠을자야 새벽이 올테니까.
그사람이 전화하는 시간보다 일찍일어나 전화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시작한다, 플러그는...송수화기는...
신호음은 떨어지는지...
이런내가 너무 싫다.
전화를 하는 그사람은 너무나 뻔뻔스럽다는 생각이든다.
여전히 후리지아 사랑한다 라고 말을 한다.
너무 보고싶다고, 목소리라도 들으면 괜찮을까 하는데
듣고나면 더 힘들다고...
그래도 당신이 있어주어 난 행복하다고...
갑자기 그사람 얼굴이 생각이 나지 않은 날이 있었다.
어떻게 생겼더라...아무리 생각을 해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래 잊어버리자, 너 니마누라랑 잘먹고 잘 살아라...
지금 넌 세상의 남자들이랑 똑같다. 넌 지금 날 농락한 것이다.
내가 혼자살고 있으니까 날 우습게 보고, 너 나 잘못봤다.
내가 얼마나 지독한지 아냐, 나 돌아서면 그날로 넌 기억도
않날거다. 사랑 그래 사랑하지 하지만 17년을 함께산 남편을
땅에 묻고도 씩씩하게 살았는데...육,칠개월 사랑한 너 잊어
버리는거야 누워서 떡먹기다.
난 이렇게 악을쓰며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새벽을 기다린다. 전화가 받고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