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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속옷이 지겨워질 때


BY 칵테일 2000-11-02


야한 속옷이 지겨워질 때




20대에 청상이 되어 30대엔 수절하다가, 40대에 늦바람이 나 방황하고 50대에나 제자리를 찾았다는 한 여자의 이야기.

어떤 여자가 뭘 모르는 이른 나이에 중매로 결혼을 했답니다.

남자랑 사는 게 이렇구나 알기도 전에 덜컥 그 여자의 남편이 사고로 죽었대요.

마침 4년 가까이나 아이가 늦어 걱정이던 차여서, 그 여자는 아이없는 단신 과부가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그 여자의 처지를 아는 주변에서는 아깝다며 다들 재혼을 권했지만, 해봤던 결혼 생활이 밋밋했던 터라, 재혼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다네요.

그렇게 30대도 보냈답니다.

그런데 어느덧 40대가 되고보니 웬지 억울하고 답답하여 세상에 대한 분노가 치밀더래요.

그래서 40대에 때늦은 연애를 시작했답니다.

처음 시작이 어렵지, 마음으로 나도 연애를 하면 어때 싶으니까, 여기저기서 남자가 줄줄이 꿰드래요.

애 딸린 홀아비.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는 이혼남.
캬바레 같은 곳에서 상주한다는 제비족에 이르기까지.

그여자는 그때부터 많은 남자를 만나 사귀다 헤어지기를 반복했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그렇게 남자를 바꿔대기를 멈춘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귀찮아서였대요.

새 남자를 만날 적마다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유난히도 옷차림과 화장에 신경을 썼던 모양이에요.

한 남자에 익숙해질 만 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연애가 깨지는데, 또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 뭐든 새로 바꿔야했으니까요.

그 옷차림 중에서도 유독 속옷이 신경쓰였다는군요.

남자를 유혹하려니 별별 화사한 속옷을 두루 다 사들였는데, 어느 날 문득 서랍 하나 가득 쌓인 그 울긋불긋 화려한 속옷들을 보곤 기겁을 했대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거야 싶어 자기 자신이 징그럽고 환멸스러워지더랍니다.

그 뒤늦은 연애바람은 그렇게 끝이 났지요.
그리곤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난 하얀 면 팬티면 딱 좋은데, 내가 웬 그런 요사를 부리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입니다.

지금은 그 여자의 낙이 여자친구들과 어울려 온천이고, 해외여행이고 해서 유유자적 놀러다니는 것으로 바뀌었대요.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들이라고 몇번이나 강조합니다.

이런저런 야한 속옷을 챙겨입고 뭇남자들을 유혹하는 일에 환멸을 느껴버린 그 여자.
오래도록 제 머리속에 남습니다.

......
보통 그렇습니다.
여자들은 젊을 때건 늙었을 때건 자신이 여자임을 남들에게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본능적인 것 같아요.

하물며 한 이불 덮고 사는 남편에게조차 여자임을 무시당할 때는 오죽할까요?

섹시한 여자란 남자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차원이지, 여자 스스로에게 '섹시'하다는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예전에 <달팽이>라는 드라마에서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정신 지체아의 지순한 사랑을 받는 한 30대 중반의 기혼여성에 대한 내용이 그것입니다.

그녀(이미숙 분)는 아직도 젊고 아름답고 여성스럽지만, 정작 남편은 다른 젊은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길 뿐, 그 아내에겐 무신경합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매일 어떤 남자가 꽃배달을 한다는 이야기를 해도, 남편은 질투는 커녕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깁니다.

그녀는 남편의 양복 주머니에서, 다른 여자에게 건네질 반짝이는 귀걸이 세트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잠시 행복해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남편의 회사 동료 여직원의 귀에서 발견하곤 견딜 수 없는 참담함에 혼란을 느낍니다.

그여자의 담담한 독백.
남편이 술이나 폭력으로 속을 썩이는 것이 아니고, 월급도 제때 갖다주는데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고.

자신에겐 책임져야 할 아이도 없고 남편 하나 뿐인데, 직업도 없고 집에만 있는 주부인 그녀 자신은 그저 그런 남편을 지켜보고 있어야하나하는 점을.

비록 정신지체아이긴 하지만, 따뜻한 감정을 지닌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의 현실은 정작 너무 쓸쓸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외줄타기 같은 것.
자신은 남편을 향해, 남편은 젊은 여자를 향해, 지체아인 그 남자는 자신을 향해 말입니다.

.....
흔히 '남편에게 사랑받는 법'이란 아류의 특집이 주부대상 TV 프로에나, 책등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럴 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요즘 관심이 시들한 남편에게 신선함을 주기위해 어떻게 어떻게 하라는 요령들입니다.

무슨 향수를 써봐라, 레이스가 우아한 잠옷이나, 섹시한 속옷을 입어봐라, 와인을 약간 곁들여라 어째라, 심지어 노골적으로 남편을 이렇게 유혹하라(?)며 방법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결혼한 부부는 매일매일을 자극으로 사랑해서는 극히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남편은 아내가 섹시하길 원하기는 하겠지만, 길거리 여자같은 눈에 보이는 선정성을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남편의 건강이 문제가 되서 그런게 아니라면, 모든 것은 그런 눈에 보이는 깜짝쇼로 풀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 관계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드라마의 그 여자가, 이미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겠다고 그런 어색한 쇼를 한다고 생각합시다.

과연 그 남편의 마음이 돌아올까요?
그 남편이 아내가 섹시하지않아서 다른 여자를 찾았을까요?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받을 수 있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여자라면 정작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에게야 오죽하겠습니까?

그건 정열이 식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변해버렸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변해버린 사람에게 어색한 시도를 하면 오히려 더 혐오감을 줄 수 있습니다.

먼저 이야기한 그 50대의 여자가 야한 속옷으로 남자를 유혹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단순한 원리입니다.

남자가 그 여자에게 싫증을 내기 전에 그 관계를 끝냈기 때문에 계속 다른 남자를 전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그 여자가 남편이 있어서 그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야한 속옷의 유혹을 했다면 과연 계속 효과를 볼 수 있었을까요?

전혀!!!!! 아닌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란 정신적인 유대감에 문제가 생기면 그 어떤 유혹으로도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여자들에겐 아주 재미있는 면이 있습니다.
결혼한 여자가 화려하게 치장하고 외출하는 것은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랍니다.

집에서도 언제나 화려하게 하고 있는 여자라 할지라도, 외출시의 화장은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잊지않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여자는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아직 자신이 아름답고 여자다운 존재라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하는 존재랍니다.

비록 50대에 끝나긴 했지만 중년의 나이에도 야한 속옷과 화장으로 뭇남자에게 승부를 걸었던 그 여자도 있었잖아요.

30대의 여자로서 나 자신도 이런저런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남편에게 정신적으로 너무 기대다보면, 어느 한 순간 상대에 대한 좌절도 올 수 있겠구나 싶어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기도 하네요.

그저..... 열심히 사랑하며 사는 수밖에!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