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견학 목적지가 횡성이란 글을 봤을 때
난 잠시 고향의 유년시절이
오래된 영화처럼 한장면씩 한장면씩 떠올랐다.
내 고향은 횡성이다.
정확히 말하면 횡성군 공근면이다.
횡성은 내게 있어 산골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무일한 도시였다.
오일장이 서면 잡곡을 머리에 인 할머니를 따라
먼지 풀풀 날리는 버스를 타고 산 하나를 넘어서,
신작로 길을 하염없이 가다보면 큰 양회다리가 나오는데,
거기가 지금으로 말하면 가슴이 벌렁벌렁거리고
두 눈이 휘동그라지는 도시 횡성인 것이다.
횡성엔 산골 촌아이 눈으로 봐선 없는 것이 없었다.
예쁜 옷도 주렁주렁 사과처럼 달려있었고
사람도 지천이고 차도 정신없고
먹을 것도 다양한 도회지인 것이다.
그런 내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횡성엘 간다니
풍광이 아름다운 양평을 걸쳐
횡성에서 토담집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토담집을 직접 보고 ...
암튼 횡성을 향해 버스는 달릴 것이고
횡성에서 머물 것이고
내 고향 횡성에서 하루를 보낸다고 하니
내 마음은 소풍을 떠나는 철부지 아이같았다.
동서울 터미날?
그래 난 20년전에 이 대합실에서 횡성으로 떠나는 완행 버스를 탄적이 있었지...
물과 산과 언덕의 마을 양평?
그래 난 10년전에 이 곳을 지날 때 멀미를 했었지.
도로가 구불텅구불텅 미친 것 같이 내 속을 뒤집어 놓았었지...
내가 태어나고 자란 횡성군 공근면?
그래 난 40년전에 이 곳에 태어나 산을 하나 넘어 초등학교를 다녔지.
산자락에 피어난 주홍색 나리꽃과
함초롬한 산도라지 꽃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지...
아름다운 전원에 집짓기 모임?
그래 난 우연히 이 카페를 보고 별 망설임없이 스스로 가입을 했지.
10년후의 내 꿈은 고향 산골에 토담집을 짓고 싶었거든
자연과 친화적인 모습의 소박한 집을 짓고
뜰엔 온통 들꽃 천지를 만들고 싶은게 나의 오래된 꿈이지...
처음 만난 사람들...
나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우린 같은 꿈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웠고 감사했다.
봄을 맘껏 가슴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고
자연을 가까이서 멀리서 두 눈에 담을 수 있었고
고향 산천을 찾아 유년시절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
난 많은 추억속에 촉촉히 젖었었다.
시처럼 흐르는 개울 물.
산언저리마다 분홍색 개복숭아꽃.
햇살에 부스러지던 나뭇잎의 작은 흔들림.
밭가장자리로 쓰러져가는 욕심없는 시골집.
나무, 나무...4월의 연두색 나무들.
산, 산...착해 보이는 동그스름한 산들.
물,물...투명해서 고향산천이 다 비추던 물들.
내가 원하는 전원주택은 호화롭고 커다랗고 넓은 게 아니다.
스레트 지붕에 황토벽에 돌담에 투박한 나무 탁자에...
뭐 이런것이다.
다만 창이 넓어서 앞마당에 비 내리는 걸 실컷 보고 싶고,
뒷마당에 장독대 옆으로 앵두나무 두어그루와
앵두나무 곁에 피어나는 들꽃을 볼 수만 있다면 족하다.
황토와 낙엽송으로 지은 동그란 집을 보았다.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하는 아궁이와
뒷뜰에 피어 난 풀꽃이 지금도 눈가에 선하다.
노란 꽃다지, 하얀 냉이꽃, 보라색 제비꽃, 하늘빛 꽃마리...
세상이 힘들 때 엄마 얼굴이 떠오르듯,
세상이 나를 밀어낼 때 고향이 그립듯,
세상이 허무롭다 할 때 자연을 찾듯,
내가 원하는 꿈은...
소박하고 질박하고 투박하고 자연친화적인 전원주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