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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BY rosekim2 2002-04-20

아침엔 미역국을 끓였다...남편은 입맛이 없다고 사과쥬스만 먹고 출근을 했다.. 일곱시 반.. 윗층에 사는 할머니가 운동을 가시느라...지팡이를 짚고 내려 오시는 소리가 들린다...우리집 지날적에..문을 열었다.. 할머니 들어오세요.. 이렇게 아침일찍이 ?
아들은 아직 자요.. 따뜻한 미역국 드시고 가세요.. 할머니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 오셨다.. 얼른 미역국을 한그릇 드렸다...
아이구 시원해.. 아이구 시원해 하시며.. 맛있게 드신다..한쪽에선 아파서 끙끙거리시면서도.. 마냥 맛있게 잡수시는 할머니..
" 글쎄 어제 저녁에... 가슴이 답답하고 밑에서 뭔가 올라오는것 같아. 병원에 갔는데... 화병이라우..... 순간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릴것 같았다.. 할머니는 새엄마시다....지금 함께 사는 아들은 당신이 낳은 아들이 아니다... 어려운 사림이지만... 맨날 된장만 지져주는것이 할머니에겐 힘든 식사이셨나보다... 어느날 누워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하니 아들이.. 왜 나만 들어오면 끙끙대냐고 소리를 지르더란다.. 할머니는 그 순간.. 고등학교 시절 힘들게 등록금 마련해 주던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신댄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사시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보면.. 얼마전 돌아가신 엄마 생각해.. 잘해드리고 싶다... 할머니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늘 미안해 하시며 지나가시면.. 맛있는 국이 있으면.. 들어오셔서 한그릇 드시게 한다..
엄마가 우리곁을 떠나가신 후 나는 그 할머니가 엄마 같아.. 잘해 드리고 싶다... 갚을것도 없다고 걱정하시는 할머니...새엄마....
우리 엄마도 언니들에겐 새엄마였다.. 사랑과 헌신으로 일곱을 길르셨는데... 칠십이 넘은 큰언니도.. 오늘 낮에 텔레비젼에 남북이산가족때 만난.엄마와 오빠와의 모습이 나오니까.. 엄마 엄마 우리 엄마 하고 울었댄다... 우리 엄마는 새엄마 이지만.. 정말 욕심이 없고.. 사랑이 넘치시는 분이다.. 키운 자식들도.. 엄마를 새엄마로 생각한 적이 없단다... 당신이 성냥장사.. 계란장사.. 온갖 고생을 해서 자식을 키우셨어도 한번도 미워하지 않고.. 오직 사랑으로 키우셨다..
그런 엄마 우리엄마.. 언니들의 새엄마...는... 마지막 천국에 가실때까지.. 자식들에게.. 효도를 받으셨다... 말없이.. 키워주신 엄마의 사랑을 우리 언니 오빠들은 모두 그 마음을 아신다...
사랑을 듬뿍 값없이 주고 가신 우리 엄마와.. 당신 몸만 챙겨 오시던 윗층할머니가.. 사뭇 다른 생각이 든다.... 우리 엄마는 새엄마 이면서도 한번도 자식들을 편애하지 않으셨다....나는 그런 우리 엄마가 자랑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