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볼수록 보고싶은 사람이 바보라 말하던 친구...
그제 성난 봄바람은 언제 그랬냐 놀리듯
어제 친구에게로 길은 나서던 날은
화창이라는 단어 그대로였다.
난지도 쓰레기 섬 주변엔 노란 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다.
그건 유채꽃이리라, 아마도...
한강 가운데 유유히 떠 있는 밤섬엔 이름모를 나무들이 연두빛이였다.
그건 갖가지 나뭇잎들이리라,아마도...
작년 초가을 즈음 난 똑같은 이 길을 친구와 달리고 있었는데....
삶의 애착이 많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좔좔좔 쏟아놓던 친구.
씨잉씨잉 달리던 초가을의 한강변이 영상되어 보였다.
바라볼 수록 보고싶은 사람이 바보라며
자기를 바보라 불러달라 했는데...
친구가 입원한 병원에 도착해서부터
승강기를 타고 한창한층 올라갈때마다
난 자꾸 가슴이 철렁철렁거렸다.
친구는 하얀 마스크를 쓰고 곤히 자고 있었다.
친구는 날 보더니 얼른 일어나 신발을 신고
저쪽으로 가자며 똑바로 일어나 섰다.
그러더니 나보고 하는 말이...
"한복일은 잘 다니고 있니?"
난 그저 "그럼"하고 대답했다.
까만 바보친구 얼굴
하얀 집사람 얼굴
누런 내 얼굴...
우리 셋은 그렇게 서로를 보며 조심조심 말을 했다.
(진통제를 맞고 있어.
입안이 다 헐어서 밥 먹는 일이 제일 힘들어.
머리가 무지 아팠어.
백혈병은 아이들만 많은 걸리는 게 아니고
어른들이 훨씬 많아.)
"우울하니? 절망적을 때가 많으니? 희망을 잃지 말어"
(그럼,절망적일 때도 있지만 희망적일 때도 많아.)
"어디가 제일 아프니?"
(진통제를 맞고 있어서 괜찮아.
항암제를 맞고 있어서 속이 안좋아)
"입덧하는 기분이겠구나"
(응...하루종일 울렁거려.)
(정말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워.덕분에 용기를 얻고 치료를 받고 있어.
나을려고 병원에 온거니까 나을거야)
마스크속에서 들려오던 친구의 희망적인 메세지...
그리고 하던 말.
(집사람이 너무 힘들거야.그래서 미안해)
그 말을 하면서 친구눈에 눈물이 고였다.
집사람 눈은 벌써 빨개져 있었고
나도 눈물이 흐르는 걸 눈가풀을 껌뻑거리며 눈물을 막아내버렸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는 친구의 뒷모습과
착하고 참해 보이던 친구의 아내.
병원 뜰엔 알록달록 꽃이 피어 있었고
이름모를 들꽃이 한가득이였다.
나무들은 새로운 잎으로 하늘을 덮고
하늘은 하얀 병원 건물을 눈부시게 빛춰주고 있었다.
우린 걷는거야.
우린 뛰어가는거야.
우린 날아갈지도 모르지...
각기 다른 인생살이를...
각기 다른 죽음을 향해...
친구는 조금 다른 인생살이를 살뿐이야.
조금 다르다고 절망하지 마.
조금 특별하다고 우울해하지 마.
알았지? 친구야?
너가 그랬잖아 바라볼 수록 보고싶은 사람이 바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