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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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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여식은 웁니다


BY kalee58 2001-04-09

오랜만에 컴을 켜고 멜 확인을 하던 중 아컴에서 온 글을 읽었다
엄마라...
내게도 엄마가 계시고
나 역시 지금 두 아이의 엄마인데
왜 이리 생소하게 들리는걸까?

어제 아버지 49제를 지내고 왔다
둘째의 제안으로 절에서 치르긴 했는데
어째 뒷맛이 깨끗하지가 않다
세상사 모든 일이 돈으로 해결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건 내 맘이 비틀어진 탓일까?
49일동안 내 나름대로 죄송함을 덜어보려고 상식을 올려긴 했는데
그것도 별 도움이 되질 못하나보다

친정부모 모신지 5년!
다리가 부러지신 엄마의 병수발로 시작된 그 생활은
만 4년만에 아버지의 치매를 더이상 못견딘 내가 친정식구들에게 왕따가 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나도 첨엔 열심히 잘했는데...
정말 잘해드리려고 많이 애썼는데...
잘못이 있다면 엄마만 신경쓰느라고 아버지에게 무심했던게 아닌가 싶다
여리신 아버지...
엄마의 짜증과 딸년의 잔소리땜시 자신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빠른 진전을 보이며 여러가지 치매현상을 보이다가
결국 나로하여금 두손 들게 만드시며
형제들간에 불난까지 일어나게 하셨다
작년 난 더이상 똥칠하는거 못견디니 병원으로 모시자고 한말에
동생들은 모두 내게서 등을 돌렸던 것이다
그러면서 두분 집 마련해드리면 자기들이 모신다고...
결국 내가 어른들은 모신게 돈때문이었단 것이었나...
집을 내놓고 애들 방학하는 한달간 집을 비우기로했는데
하필 그때 아버지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난 더더욱 동생들의 눈밖에 나버렸다
그래도 꿋꿋하게 내 자신과 내 아이들을 위해
병원에 계신 아버지 놔두고 시댁에 가있었다
그리고 구정에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퇴원해 계시고
내가 나타남과 동시에 다들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내가 남은 건 누워있는 두 노인네..
그리고 한달을 내내 똥과의 전쟁을 치르다가 결국 아버지는 가셨다
아무 말씀도 없이 그냥 주무시다가 곱게 가셨다
그날 똥칠안한다고 너무 좋아하면서 외출까지 한 나는 너무도 가슴아파 땅을 치며 울었다
내가 그리도 미웠냐구 붙잡고 흔들며 마구 울었다
장지에선 하늘이 노랗게 보일때까지 울었다
가신분을 위한것보단 조금이라도 내가 편해볼라구...
그 미안함을 좀이라도 덜고 싶어서...
그리고 벌써 49일이 지나 어제 탈상을 했다
이젠 내 생활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것이다
그리고 다시찾은 내 생활...
떡을 입에 마구 쑤셔넣으면 물을 부어가면서 드시는 엄마의 모습에 난 점심생각을 잃어버렸다
하나밖에 없는 당신 아들 어디 갔냐고 챙기시는 그 모습...
그냥 도망가고 싶다면 또 다시 불효를 저지르는거겠지?
또 얼마나 이런 모습을 봐야하는가...
4년동안의 엄마의 모습이 40년동안 보아온 엄마를 덮어버렸다
내게 엄마란 애들같이 엉뚱하고 자신밖엔 모르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으로 지금 각인되어있다
예전의 모습이 기억이 전혀 나질 않으니 내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건가...

어느정도 세월이 흐르면 또 다시 땅을 치고 울날이 생기겠지
지금 생각으론 절대 울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아마도 그때가 되면 똑같을거야
남들은 쉽게 얘기하곤 하지
계실때 잘하라고...
그게 말처럼 쉽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