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지나면 누가 보라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돌아가고 힐끔거리게 되는 날 발견한다.
하지만 차를 타고 지나는 길이여서
그곳은 그저 눈에 익숙한 참새방앗간에 그치고 만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나는 그곳이 가끔 생각나고
가봐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고 있는데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매일 지나는 그곳을
오늘도 그냥 스치고 말았다.
그것은 싸구려 도자기와 화분들 사이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투박한 질그릇, 옹기그릇들 때문이다.
내가 그들에게 매혹이 된것은
막담은 것절이를 그들중 뚜껑의 위치에 있는
그릇에 올려졌을때의 더 맛깔스러움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소복히 담겨져 나온 잡곡밥은
묵은밥이라해도 맛을 떨어지게 할수 없는 기분탓일것이다.
또하나 요즘 많이들 생겼는데
그들중 물항아리로 쓰이던 것에 칼국수를 푸짐하게
내놓으니 여느 손칼국수만큼이나 구미를 당기게 한다.
항아리에 그득 담겨져 낳온 김치는 또 어떠한가!
이렇듯 질그릇이 나에게 주는 느낌은 맛나는 느낌이다.
항아리에 장이 담겨진 모습만 보아왔던 나에게는
그것들이 주는 의미가 그리 커다랗지도 않을텐데
요즘들어 유난히 그들이 자꾸 눈에 어려진다.
식탁위에 올려지는 프라스틱그릇이나 깨지지않는다는
모그릇도, 비싸다는 모사기그릇도 내게는 별 의미가 없이
그저 그릇일 뿐이였는데
유독 이 질그릇들이 내게 정감을 일으켜주고
가슴에 따스한 온기마저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