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16

바닷가에 꽃 내음이 가득......


BY 동해바다 2001-04-08

바닷가에 꽃 내음이 가득......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어딘가 가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은 날...
그런 날 이었네요. 오늘은......
따뜻한 봄바람이 우리들을 불러 냅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갔다 왔던 아버님께 다시 한번 가 보려구요...
꽃집에서 국화꽃 한 다발 사들고 남편과 길을 나섰죠.
이제 다 커버린 아이들은 오로지 집에만 있을려고 해서 큰 일입니다.
함께 나서길 꺼려하는군요. 씁쓸합디다.

7번 국도를 아시나요.
해안도로........
바다를 쭉 끼고 따라 내려가면 기가 막힌 절경들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삼척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맹방이란 곳이 있습니다.
그곳엔 지금 차도 양 옆으로 벚꽃이 활짝 피어 그 자태를 지나는 행락객들에게 맘껏 뽐내고 있답니다.
넓지 않은 국도 변에 차를 대고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벚꽃놀이......
나체쇼(나이트체리쇼)라 불렀던 벚꽃놀이.....가끔 생각나요..
친구들과 창경원에 몰려가 사람들에게 파묻혀 꽃구경보단 짜증만 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그 환상적인 밤 벚꽃은 잊을수 없는 나체였습니다..

맹방을 지나면 근덕이란 곳이 있죠.
그곳에 아버님 산소가 있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이게 웬일....
바닷가에 근접해 바닷내음이 물씬 풍겼었는데 그 내음이 글쎄 벚꽃내음에 파묻혀 없어져 버린거에요.
흠~~~~
이렇게 좋을 수가.......이 꽃향내음....너무나 상큼한 향이었어요.
꽃내음에 취해 가지고 갔던 국화꽃도 잊은채 아버님에게 향하였다가 ㅎㅎㅎ....
뭔가가 빠진 것 같아 되돌아 와서 가지고 갔죠.

아버님 우리 또 왔어요.....
초라해 보였던 아버님 묘가 새로이 단장을 해 놓으니 이렇게 보기 좋을 수 없답니다.
큼지막한 상석과 묘둘레석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옥향목들....
아버님 묘가 너무 멋져요.....저희들 일하러 왔어요...지켜보고 계셔요.....
도랑에 흐르는 물을 떠다가 한식날 심었던 나무에 물을 흠뻑 주고는 묘 주변을 꾹꾹 밟아 주었죠. 이제 새파란 잔디가 올라오면 산소는 보기좋은 모습으로 우리들을 기쁘게 해 줄겁니다.

다리가 아파 좀 쉬었죠. 쑥을 뜯으면서...
가지고 갔던 칼 하나를 남편에게 건네 주면서 같이 뜯자고 했어요.
쑥이 얼마나 많이 있던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뜯었습니다. 다정스레 남편과 이야기 하면서 뜯었다면 참 보기 좋은 정경이었을텐데....ㅎㅎㅎ
남편은 저~~쪽에서 나는 이쪽에서 서로 묵묵히 고개 숙여 열심히 뜯었습니다.
우습죠....

고개들어 하늘을 바라 보았습니다.
파아란 하늘......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 버리고 싶었어요.
다시금 앞을 바라보았죠.
세상에.......
눈이 내리는 거에요......꽃눈이.....
바람이 부니 벚꽃들이 한잎두잎 눈처럼 내리는 거에요.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정말 눈이었어요...제 눈엔....ㅎㅎㅎ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들이었어요.
가지고 갔던 통 가득히 쑥을 뜯어 일어섰습니다.
주차해 있던 차 위에 벚꽃잎들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하얀색도 분홍색도 아닌 그 환상의 색깔.....
후~~하고 부니 다시금 휘날립니다.

모든 것이 참 한가롭고 여유롭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나요...
하지만 저에겐 그렇게 한가롭지도 여유롭지도 않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난 그런 모든 것이 나의 현실이니까요.
자주 바라다 보는 바다도....
한적한 농촌 풍경도.....
나의 눈엔 둔해져 있을 뿐입니다.
남들에겐 너무나 아름답고 가보고 싶어하는 바다가 왜 나에겐 둔해져 있을까.
모를일이죠......

오늘은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한 이곳의 풍경을 그냥 놔둘수 없어 이곳에 옮겨 보았어요.
바닷가의 꽃내음들, 그리고 꽃잎이 떨어지는 풍경들, 쑥뜯는 아낙들 모든 것들이 말이죠.

며칠동안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들 접대하느라 조금 힘들었거든요.
어제 오후 모두 올라간 다음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일요일을 보냈습니다.
아름다움과 함께 말이죠.
편안한 마음으로 자려 합니다.
내일부터는 또 다른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바닷가에 꽃 내음이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