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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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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해해 주세요.


BY 행우니 2002-04-16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녀석.
초등학교 보다는 거리상으로도 멀고, 공부하는 시간도 많아지고 각 과목마다 바뀌는 선생님. 여러 동네에서 모인 새로운 친구들.
모든 새로운 것들에 적응이 잘 안되는지 아이는 무척 힘들어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들녀석은 감기도 꽤 오랫동안 달고 살았다.

유일하게 재미있어 하는 것은 오늘 점심 도시락 메뉴는 뭘까?하는 기대감이다. 중학교에 입학한지 한달 반이 지났다.
그동안 벌써 가평으로 수련회도 다녀왔고 모둠끼리 재료를 사다가 비빔밥도 만들어 먹었다며 꽤 학교생활에 적응을 해 가고 있다.

문제는 4월말에 있을 중간고사다.
초등학교에서는 성적이 직접적으로 통지표에 기록이 안되니까 좀 공부를 못해도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았는데 중학교는 과목별로 석차가 나온다고 하니 꽤 긴장이 된다. 엄마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6시반에 기상해서 씻고 밥 먹고 7시 반에 학교를 간다.
4시쯤 집에 오면 잠깐 컴퓨터 게임을 하다 5시 반에 학원을 가는데 저녁을 먹기도 어중간하고 해서 간단하게 간식을 먹인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중간고사 대비라고 해서 밤1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 근데 어제는 평가를 해서 성적이 잘 안 나온 애들은 점수가 잘 나올때까지 해야 된다며 애가 12시가 넘어도 귀가를 안했다.
학원으로 전화를 하니 점수가 잘 안나와서 그런다며 어머니가 이해를 해 주십시요. 하고 얘기를 한다.

아니 시간만 오래 붙잡고 앉아있는다고 안 되는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저녁도 못먹고 붙잡혀 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막 화가 치밀었다.
"나는 내 아이 공부보다는 건강이 더 중요하니 보내주십시요."정중하게 전화를 하고 끊었다.
그런데 조금있다 아이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 다른 애들 다 공부하는 데 나 혼자만 빠져 나갈 수가 없어. 다 끝나가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하는데 뭐라고 할말을 잃었다.

신이 주신 많은 재능가운데 공부는 그 중의 하나라는데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이 전부 자기 자식 일등만 강조하다 보니 사교육이라는 학원과 꿍짝이 맞아 떨여져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울러 나는 얘기한다.
" 야 공부 좀 못한다고 기죽지 마라. 공부는 많은 부분 중의 하나일 뿐이야. 니가 앞으로 살아갈 길은 얼마든지 많이 있으니까 ."
학원 선생님들은 나를 이상한 엄마라고 할 것이다.
자기네가 정성껏 많이 가르쳐서 성적을 올려주겠다고 하는데 싫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엄마로서 아이의 건강이 먼저고 그 다음이 학교생활. 그리고도 모자라는 부분이 학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의 생활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TV에서 하는 신동엽의 "하자. 하자"라는 프로를 보면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는 잠을 자고 학원에 가서는 공부를 한다.
부모들은 등골이 휜다. 없는 돈에 학교 보내랴. 학원 보내랴.
나는 옛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꼭 공부를 할 애들은 공부를 가르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빨리 기술쪽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원에서는 물론 공부를 많이 시켜서 자기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소문이 나야 학원이 잘되니 그럴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모들은 학원의 선동에 같이 맞장구를 칠것이 아니라 이젠 진정으로 아이를 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