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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9 (어머니가 버린 아이)


BY shinjak 2002-04-12

동일이는 5학년 남자 아이다.
신학기부터 한 달이 넘도록 학교에 온 횟수는
7일 정도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학교는 가기 싫다.
술먹고 두들겨 패는 아버지 늙은 할머니 무서운 삼촌이
집에서 보이는 사람들이다. 따뜻하게 반겨주는 어머니는
그림자도 볼 수 없는 것이다.

가방은 어느 건물 지하실 한 켠에 쳐 박아놓고 거리를
방황하는 것이다. 시장바닥을 헤매며 마음의 공허를
다스리는 것이다. 그 공허가 무엇인지도 확실히 모른다.
그저 마음 한 구석이 텅 비고 슬프고 외롭고 스산할 뿐이다.
학교와 공부는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까짓 공부가 뭐란 것이야. 가방마져 거추장스럽기만하다.

학교에 간들 친구도 없고 아이들은 놀리기나 하고 선생님은
숙제나 준비물 때문에 하기싫은 청소나 벌을 준다.
차라리 거리를 헤매는 것이 많은 것을 보고 재미도 있고
잠시나마 모든것을 잊을 수 있는 것이다.

학교가 끝날 때 쯤 배는 고프고 그래도 집이라고 가방을
찾아 들고 집으로 간다. 할머니의 힘없는 나무라는 소리
술먹고 때리는 아버지 또다시 때리는 삼촌의 더 힘찬 매질.
매를 맞는 것이 밥을 먹는 것보다 더 배가 부를 지경.
아픈 것도 잊고 잔소리 속에 허기진 배를 채운 듯하고
잠이 든다.

어느날,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일이가 어디 아파서 학교에 오지않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다.
이제야 그사실을 안 아버지와 삼촌은 동네 개패듯 동일이를
때렸다. 온 몸을 때렸다.피가 뭉쳐 금방 터질것 같은 오래된
도마도같다.다리가 허벅지가 등이 팔이 성한데가 없이 맞았다.
그렇게 맞고 살아 있다는 것이 몸을 움직일 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질긴 인간의 생명력.

그때 생각 난 것이 친구같은 교장선생님이었다.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교장선생님 저 동일이예요.
응 그래 만나자. 교장 선생님은 이만원을 주면서 머리깎고
목욕하고 먹고 싶은 것 사먹으라고 하면서 손톱을 깎아 주었다.

목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아니 이것이 뭐야 맞았어요.
바지를 벗기고 보니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매질이었다.
경찰에 신고해야 되겠다. 분노에 치를 떤 교장선생님은
경악스러움에 파출소에 전화를 한다.

어머니가 없이 서럽게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일이의 삶이
동일이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늘 비도 오고 마음도 침침한
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우울한 이야기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