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하늘에 보내고 사랑을 시작 한다는게 어쩐지
찜찜하기고 하고, 행여 부도덕한 여자로 보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도 생기고, 아무튼 내겐 용기를 내어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사랑에도, 글을 올림에도...
그러나 아.컴식구들께서는 다른 선입견 없이 보아주시리라
생각을 한다.
남이하면 스캔들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다라는 말처럼...
나도 로맨스이고 싶지 스캔들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내게도 이상형이란게 있다.
나이가 먹었다고 이상형이 없을 수는 없으니까...
카리스마가 강하고, 특별한 것은 부모님께 효도하는사람
부모께 효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내나름대로 판단을 한다.
아닐수도 있을텐데, 부드러운 남자보다는 무뚝뚝한 남자,
음악을 잘 알아야하고, 문학에 대해서도... 자연을 사랑하는남자
꽃이나 나무 물을 좋아하는 사람말이다.
영화도 좋아해야 하고, 여행을 좋아하는사람...등
특히 신체적 접촉을 원하지 않는남자(손을 잡는다거나 팔장을
끼길 원하는남자)
내아이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엄마가 원하는 남자는
세상에 없을 것 같은데요."
여러해 혼자살아온 탓도 있을 것이지만 어렸을때 부터 혼자
자라서 인지 누가 있으면 잠도 잘 못자고, 심지어 아이들이
길을 가면서 팔짱을 끼는것 까지도 싫어하는 나였으니...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긴세월을 두고 접근해 오는 그사람을 난 피할 재간이 없었다.
내게 어떻게 하자고 말을 하지 않는데도 느껴지는 것이다.
이사람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게 오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랑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버거운데, 사랑이란
이름으로 혼란을 겪고싶지는 않았다.
그사람이 따뜻한 사람이고, 사람좋은 사람이고, 직업상 박식한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그사람에게 가서는 안돼는 사람임을
알기에 나의 고뇌는 더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해다니다 시피하면서...
가을이 깊어지면서, 내게 심경의 변화가 일기시작했다.
그사람에게 가고싶다는 마음이...
그때까지 그사람의 정확한 나이를 모르고 있었다.
어렵게 데이트를 승락하고... "근데요, 몇학번이세요?"
"81학번입니다, 몇학번이세요?" 그사람 내게 되물었다.
"78학번이예요." "다행이예요, 애기들이 커서 다섯살 이상은
많을것이라는 생각도했고, 얼굴을 보면 친엄마가 아닌가도
생각이들고, 작은녀석이랑 꼭 닮은것을 보면 엄마긴 엄만데...
근데 겨우 세살 연상이잖아요! 안심이예요."
그런데...
내가 남편에게 당한 배신이 생각나는 것이였다.
가정이 있는남자...유부남...
그사람에게 가지말자 마음을 붙잡으면 붙잡을 수록 이미
그사람에게 가있는 내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인것은 그사람은 아내와 심한 갈등으로 잠시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두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에서 가끔씩 나를 만나러 와주는
그사람이 고맙기도 하고, 이건 아닌데 하며 달래기도 하고...
아이들엄마 데려다 화해하고 다시시작해보라 충고도하고...
이사람 막무가내로 내게 떼를쓴다...
내짐도 버거운데, 짐을 더하게 생겼으니 어쩌면 좋을까...
난 날마다 고민이 늘었고, 그나마 얼마 나가지 않던 체중이
5Kg이나 빠져버려 그야말로 에디오피아 난민에 가깝게 되었다.
눈이 펑펑내리고 난 겨울어느날 퇴근시간에 마추어 회사근처로
오기로 한사람이 연락이 두절되었다.
밤새잠도 못자고...걱정으로, 원망으로, 내 한심함으로
내자신에게 상채기를 내고 아침을 맞았다.
"출근시켜주고 싶은데, 지금 집앞에있어요."
자동차에 올라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사당사거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손좀 잡아도 되요?"
고개를 돌려보니 이사람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무슨일이 있었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난 물을수가 없었다.
"아이들엄마 만났어요, 미안해요 사랑한다고 해놓고선 내가
이렇게 용기가 없어요." 그사람의 한숨소리를 들으며 난 조용히
말을 꺼냈다. "날 잊어요, 그리고 차근차근 해결해 보세요."
바람소리도 같고, 나무가지 흔들리는 소리도 같고...
그사람 얼굴을 바라보니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난 당황을 했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며 "영원히 잊으라는
게 아니라 잠시 아주 잠시만 일 해결될때 까지만 그러라는
이야기예요. 정말 미안해요. 정말..."
그사람 날 바라보며 슬픈 웃음으로 이야길 한다.
"나 당신없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지금 당신때문에 버티고
있는거예요, 나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고, 얼마나
편히 쉬는데요 다시는 그런말 하지 말아요."
저녁에 만난 그사람 팔뚝에 손바닥만한 검푸른 멍이 들어있었다.
가슴이 아팠다. 멍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는 날 달래며
그사람은 애써 태연한척한다.
"아냐 그냥 좀 부?H쳤어." "내가 바보예요!"
그랬구나...
그사람은 잠한숨 못자고 전쟁을 했다고 했다.
"00엄마가 좀그래, 때론 안되기도 했는데, 그냥 않맞는것 같애...
절망하고 있는중에 당신을 발견하게 된거야, 나 얼마나 기뻤는데,
내 가슴에 당신이 가득해서 아무것도 들어올 수가 없어. 이제
알겠지, 내게 당신이 꼭 필요하다는것..."
난 그사람 가슴에 검푸른 멍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아니! 내가슴에 드는 멍은 어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