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요일은 우리 딸의 아홉번째 맞이 하는
생일이었어요.
머...특별한 이벤트는 없었구...
그냥 아이가 그동안 갖고 싶어 하던거 마련해 주고
집에서 조촐하게 생일 파티를 했답니다.
그런데,
아이의 생일날 제가 더 큰 선물을 받았네요.
아이로 부터요..
생일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늦은 아침을 먹는 도중 제가 딸아이에게
그냥 흘리 듯이 한마디 했죠.
"연희야...생일 넘 축하해..네가 태어나서
엄마 아빠는 무지 무지 행복한 거 알지...?"
"웅~엄마"
"근데...이짜나...
생일엔 사실 ...부모님께 감사 해야 하는거 아니?"
울딸..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을 줄 알았더니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웅~...엄마 아빠가 날 낳아 줬으니까
감사 해야 하는거? "
새 주둥이 같은 입으로 오물오물 미역국을 떠 먹으며
별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얘기 합니다.
참...그런 말을 막상 아이에게 들으니
별반 기대는 안했는데 대견하고 기특하데요...
자식 키우는 맛이 이런건 아닐지...
그러구 아침상을 물리고 나더니
자기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합니다.
방문도 닫아 놓구
무슨일 있으면 꼭 노크를 하고 들어 오라는 말도
덧붙히더니....
그래서 궁금한 맘에 무얼하나 살짝 방문틈으로
훔쳐 보니 도화지랑 물감이랑 팔렛트랑을 펼쳐 놓구
열심히 작업에 빠져 있더라구요...
머...워낙에 혼자서
그리고... 오리고...
종이 접기나 그런것을 혼자서 꼼지락 거리고 잘 하는
성격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죠.
끔찍하게도 조카를 아끼는 이모가 내려와
저녁을 사준다 해서 맛나게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와 아이를 깜짝 놀라게 이벤트를
해 주려고 우리 부부는 분주히 움직였죠.
샤워를 시켜서 이모랑 딸아이를 방에다 묶어(?)놓구
미리 준비한 예쁜 케?恙?나이수 대로
아홉개의 촛불을 밝혀 집안의 모든 불을 꺼 놓은 후
아이를 불렀죠.
방문을 여는 순간 우리 가족 모두..
♪♬ 생일 축하합니다...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연희의 생일 축하합니다.♪♬
촛불의 은은한 불빛으로 들여다 본 딸 아이의
표정은 황홀 그 자체...
나도 남편도 이모도...
그 순간 가슴이...가슴이...
벅차 오르며 행복감을 느꼈답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착한 딸을 보내 준 신께
감사를 드리며...
생일축하 노래를 몇번을 더 부르고 난 뒤
아이는 촛불을 끄더니...
자기방으로 급히 들어가더니 조그마한 상자를
가지고 나옵니다.
조그마한 상자엔 예쁜 반짝이 초록 리본테입이
붙여 있고 ...
아이는 말 합니다.
"엄마,아빠 풀어봐.."
"이게 뭐야...?"
남편과 나는 어리둥절 해 져서 조심스레
상자를 개봉했죠.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색색의 그림물감으로 그려져 있는 예쁜 그림 한점...
그리고..
뒷장에는 연필로 쓰여져 있는..
'엄마,아빠 사랑해요..
...저를 낳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연희 올림♡'
그 글귀를 읽는 순간
아침밥상에서 내가 별 생각 없이 흘렸던 말과
딸아이가 하루종일 자기방에서 꼼짝도 안하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던 일이 떠오릅니다.
참...
그 순간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남편과 나는 감동의 도가니
그 자체였죠...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딸이라는 것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답니다...
'연희야,
이렇게 예쁘게 자라줘서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