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학교를 다닌 우리 신랑얘기다.
촌스런 과거를 숨기고 싶었던지 내게 한번도 시골 살던 얘기 않던 남편 . 얼마전 다녀가신 울 시엄마한테서 촌스럽고 쑥맥 같았던 신랑의 과거를 알게되었다.
학교가 끝난후의 조그만 구멍가게앞 동전을 들고 이것저것 주전부리에 까까머리 중학생들 신이나 있고
그 옆에 조그맣고 새까만 아이 하나 초라하고 외로운 듯 멀찌감히 서서 친구들의 군것질 거리에 곁눈질만 하고 있었는데
꼴깍 침소리는 뱃속을 지나던 탱크의 행군소리 같았고 애써 보지않으려고 눈을 돌리건만 친구의 쥐포뜯는 소리는 귓전에 생생한데
그 때였다.
빽 구두신고 읍내출입이 잦았던 울 시아버지 왠지 핏줄이 당기셨던지
올망졸망 사내들속에서 자신의 분신을 발견하셨는데
가게옆에서 책보다만 맨 채 오지도 않는 버스기다리는 당신의 자식놈을 보았겄다.
평소에 집안 일이며 자식이며 남산불구경하시던 양반이시며 읍내 다방에 꿀단지를 숨겨 놓으셨던지 맬같이 빽구두에 넥타이 매고 지극한 정성으로 출석표를 찍던 위인이시라.
그러던 그의 눈에 두 볼이 앙상한 채 뽀얀 먼지만 발길에 차던 아들의 모습이 아프게 박혀왔다.
허풍하면 읍내 똥개도 다 알만한 울 시아버지
그참에 빵 40만원 어치를 비료포대에 사서 오셨단다.
아이들은 난생 처음 볼이며 배가 터지도록 빵을 먹어댔고 난생 첨보는 빵이란 음식에 놀란 위장은 밤새 거부반응 일으키느라 전쟁을 치렀다는데....
해는 솟고 평온한 하루가 시작되었으나
소보로처럼 울퉁불퉁한 빵주인이 들이 닥치고는 이 모든 평화스럽고 빵빵하던 아이들의 배는 터진 풍선이 되고 말았으니
그날의 빵값은 전부 외상에 속상하셨던 울 시아버지 소주값까지 덤태기를 쓰셧으니
아버지의 유산은 빵에 대한 지독한 혐오와 읍내 구석 구석 술집에 달아놓은 적잖은 빚 뿐이었다고 .....
이 슬픈 전설이 흐르는 동안 남편은 슬쩍 자리를 피하고 없었다.
빽 구두 신사 울 시아버지 빵빵한 얘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