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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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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장사? 술장사........


BY 뜨락 2002-04-06

친구.....
이천이년 3월 십팔일,
00초등학교 29회 동창회.
평소에 잘 하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잠시 늘어놨다, 나하고 한 침대 쓰는 남자한테.
그 남자, 마지못해 한시간을 허락해 주네.
그 남자 역시 나하고 똑같은 시간에 자기도 동창회를 한다니까.
택시를 기다리는데 영 올 생각을 하지도 않고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7시 25분이다.
이미 25분은 길가에서 허비를 했고.


바쁘게 식사를 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온 나한테 친구들은 많은 반가움을 표시한다.
"자기야, 있지~ 오늘안주는 오징어하고 노가리만 있다고 그래라, 알지?"
가게로 돌아오니 그남자는 까맣게 태운 노가리를 손님들의 테이블에다 놓고 여유만만하게 앉아있다.


친구.....
많이 아프고 힘이든다.
내게 위로가되고 힘이 되는 친구가 있다.
가끔 그런생각을 한다.
비록 부자는 아닐지라도 난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내게 가슴이 따뜻한 사랑을 보내주는 좋은 친구,
내게 어려움이 있을때 선뜻 날 믿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친구,
그런친구가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리고......


그런데 오늘은 참 많이 슬프다.
내가 하는 일이 술장사란다.
그렇구나.술장사구나.
그건 맞는데 참 우울하고 슬프다.
술장사.....
내가.....


어떤 쌔끼가 날더러 술먹자고 해서 곱게 거절을 했지.
"죄송합니다. 전 술을 전혀 못하는데요. 맛있게 드세요."
예쁘게 인사도 했고.
그런데 그 놈이 그러네, 술장사를 할려면 술도 먹을줄 알아야
한다고.
쫓아내 버리고 싶은걸 억지로 참았다.
그놈의 돈이 뭐길래.
그런데 생각할수록 약오르고 비참하고 슬프다.
나와 한침대 쓰는 남자,
영문 모르고 악을 바락바락 쓰대는 날 달래고 있다.
울다가 욕하다가.....
나쁜놈, x새끼.....
우리 남편한테 말했으면 아마 그 놈 깨박살 났을거야.
그래도 그나마 내가 착해서 지가 살아난줄도 모르고 잘도 노닥거리며 있더라.
<참고로 전 꼬치 구이 전문점을 한답니다.>

후라이드 치킨을 아주 맛있게 튀겨서 집으로 싸들고 왔다.
남편의 배려로 집에서 맥주를 한잔 했지.
이 세상에 오로지 내거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한 사람.
그리고 조금 풀린 맘으로 컴을 열었다.
남편은 옆에서 비디오 시청.
오늘 밤은 꿈도 심란할거 같다.
맘이 한없이 무겁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