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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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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에 다녀와서...


BY 풍경 2000-10-31

산속에 발을 들여 놓았다.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예전에
내가 있었음직한 그 산속에 내가 발을 들여 놓은것 마냥
예전부터 익숙했던 그윽한 산속의 내음이 코끝을 스치고,
눈과 맘을 행복하다 못해 시리도록 아프게 흐트려 놓은
그 단풍의 장관들 앞에 난 잠시 망연자실하다 못해
좀 엄숙한 기분 마저 들었다.
만추라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나무는 해가 갈수록 아름드리 풍만한 느낌으로
늙어 감이 더 멋스럽고 낙엽이 떨어지기전 까지
활짝 만개한 꽃처럼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사람의 맘을 이렇게
흔들어 놓고 눈을 어지럽게 흐트려 놓을 재주가 있는데...
사람도 나무의 나이테가 지듯이 그렇게 한해 한해 갈 수록
더 아름답고 그윽한 나이테를 만들어 가야하는데...
그윽하게 늙을 재주가 나에게도 정녕 있는것인지...

시리도록 청명한 가을하늘에
분명 암그루 같아 유독 샛노랗게 물이든 은행나무
붉다는 표현도 모자라 피빛에 가까운 단풍
분명 한가지 일념으로 이 절에 찾아 왔음직한
입시철의 연례행사 처럼 북쩍이는 학부모들
경내의 편안한 안식처럼 들려 오는 노스님의 불경소리
내겐 익숙한 향내음 또 촛불의 향연들...

이길을 내려가 버스를 타고 달려가면
따뜻한 아랫목에 배깔고 누워 꿈처럼 잠시 단잠에 빠졌다 일어 나면
내 식욕을 돋우어 내는 맛깔스런 찬으로 내 영혼의 허기까지
해갈할 수 있는 진수성찬이 기다리는 그리운 내 고향집으로
향해서 갈것만 같다.
그럼 그리운 우리엄마는 반가운 맘에 버선발로 뛰어 나올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