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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A씨의 사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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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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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골짜기 새터마을


BY shinjak 2002-03-29

새터마을에 안나의 집이라는 양노원이 있다.
네덜란드의 신부 파신부님께서 자기 고향친구들에게
밤마다 편지를 써서 한국의 노인들을 도와 달라는 내용이다.
도움을 받아 여러 곳에 작은 공동체의 양노원을 만들었다.
옛날 정승이 살았다는 좋은 한옥을 사서 자식이 없거나
자식이 버린 노인들이 10 여명이서 기거를 한다.

파신부님의 뜻이 갸륵하기 이를데 없다.
자연과 벗하면서 일을 하면서 살아 갈 수 있도록
뒷담의 작은 소슬문을 열고 나가면 넓은 밭이 보인다.
대추나무와 감나무와 유실수들이 담을 치고 밭에는
온갖 채소들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풍요로움이 있고,

미음자로 지어진 남향집마당에는 햇볕이 가득 들고
댓돌에는 깨끗한 흰고무신들이 나란히 반짝인다.
대문 밖에는 삽살개가 졸고 있고,대문밖 정원에는
꽃들이 성모상을 둘러싸 향기를 돋운다.

번질번질한 마루 한 쪽 귀퉁이에 105살 되신 할머니는
수전증으로 손을 떨면서 끝임없이 깡통에서 뭔가를 꺼내어
씹고 계신다.그곳에는 식사시간에 먹다남은 반찬이고
과자이고 간에 모조리 집어넣어 하루종일 꺼내 드신다.
무슨 병일까 집착이라는 병이란다.

안나 할머니는 80 이 가까워도 얼굴은 양귀비처럼
하얗고 예쁘다. 미소는 떠나지 않지만 말을 못하는 농아.
할머니들의 불편함을 손발이 되어 도와드린다.

수산나 할머니는 얼굴이 검게 타셨다. 뒷밭에서 하루종일
밭일을 하시면서 김치걸이를 다듬어 김치를 담으신다.

데레사 할머니는 불평을 하면서 옆의 할머니들과 싸움만
할려고 벼른다. 얼굴이 험악하게 생기셨다.마음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가을에는 호박이 온 밭에 널려있어 함께 호박죽을
끓여 맛있게 할머니들과 먹었다. 헤어질때는 동구밖까지
굽은 허리를 하고 손을 흔들고 무릎을 잡고 손을 흔들고 무릎을 잡는 힘든 모습들.
언제 또 와 하는 말뒤에 숨은 헤어짐의 아쉬움에 웃음으로 답할 뿐.
품을 떠난 자식을 생각하시겠지.
쭈글쭈글한 눈매에 촉촉함이 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