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강력범죄와 아동 성범죄자들의 처벌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85

밥 숟가락..


BY 올리비아 2002-03-27

오늘도 난 식사를 한다.

언제나 그렇듯히 난 식탁위에 놓인
밥숟가락을 보면서 늘 생각나는 분이 계시다....

그분은 바로..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신 시아버님..

시골에 계신 아버님은 매년 농번기때만
되시면 도시로 올라 오시곤 하셨다.

시골에 계신 형님네가 농사짓는 일로 한철 바쁜관계로
아버님을 도시로 모셔오시면 그렇게 아들 딸네집으로
며칠씩 계시면서 한달을 보내시곤 내려 가셨다.

13년전..
내가 둘째애를 갖은지 8개월쯤...
난 만삭의 몸으로 배가 몹시 불러있었고 당시 4살이었던
큰딸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을때 마침 아버님께선
형님댁에 며칠 계시다가 우리집으로 오시게 되었다.

칠십넘은 연세에 시골노인네의 하루살이는 몹시 단조로웠다..
하루종일 나기시지도 않고 방에 그렇게 혼자 앉으셔서..
줄담배와 술과.. 그리고 단잠의 연속이었다...

당시 방두칸에 살던 난 아버님이 계실 방 하나를 내주었고
수시로 난 아버님이 즐겨드시는 술과 담배를 끊이지않게 함으로써
나는 나름데로의 효를 다하고 있었다.

그러며 문득 난 아버님께 짖궂은 물음도 서슴치 않았다.

"아버님~"
"웅~"
"어버님은..어머님말고.. 첫사랑 없으셨어여?"
"^^..."

대답없이 웃는 모습이 마치 17살 소년같아 보여서
며느리인 난 그런 아버님이 너무 귀엽게마져 보였다.

"아무한테도 말 안할테니 함 말씀해보세용~^^"
"허허...음...있었지.."
"..누군데여~^^"
"웅~ 아랫마을에~ 사는~ 꽃분이라구.."

그렇게 수줍은듯 천천히 이야기하시는 아버님..

워낙 연세가 많으셔서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아 들을수 없다는게 몹시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난 애써 그렇게 아버님과의 그런 비밀스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감히 아들딸들도 몰랐을
아버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막내며느리인 나와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아버님하고 함께 지내는 며칠..
물론 그렇게 즐거울때도 있었지만 한편
불편한점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였다.

아버님은 집에 계시면 전혀 씻으시지 않으셨다.

양치질도 안하시고..세수도 잘 안하시는 아버님..
화장실을 다녀오면 이상하게 냄새도 몹시 심했다.

그럴때마다 난 아버님이 화장실에서 나오시면
배부른 몸으로 락스를 뿌려가며 욕실 청소를 하곤하였다.

그렇다고 어린애 다루듯 이닦고 세수하라고
당시 나이어린 며느리가 감히 말할수도 없었기에..
그저 계시는 동안은 내가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오래된 습관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나는
다른때는 몰라도 함께 식사를 할때가 가장 곤욕스러웠다.

하루종일 양치질도 안하시는 아버님..
그래서 난 아버님의 수저를 따로 마련하게 되었다.

그래서 난 똑같이 생긴 수저중에
나만 알아볼수 있는 수저 하나를 골라서
식사때마다 그수저를 아버님의 수저로 드리면서
난 나름데로의 변명들을 자신에게 늘어 놓았다.

그래..아버님의 수저를 마련한건 당연한거야..
원래 어른들의 수저를 한벌씩 마련들도 하지않던가..

하지만 마음 한편 그런 내 자신에게 떳떳치 못했다.
난 그저 잘 씻지 않으시는 아버님과 한수저를 쓰기
싫었던 그런 나름데로의 알팍한 잔꾀를 부린 것이었기에..

그렇게 십여년의 훨씬 넘은 지금에야 생각해보니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속좁은 행동을 했을까..하는
생각에 내자신이 마냥 부끄럽고 그저 후회스러울수가없다..

지금 난 언제나 식사때면..
그때 아버님이 드셨던 그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그러면서 가끔 난 아무도 모르게 저승에 계신
아버님께 이렇게 이야기하며 부끄러운 마음을 혼자 달래본다..

"아버님~~죄송해요..
그때 저의 그 얄팍했던 행동들을.. 용서해 주세요."

아버님~~그대신 제가여..그때 제게 이야기해주신
아버님의 첫사랑얘기는..절대로 아무한테도 말 안할께요...^^

아버님~~용서해 주실거죠??ㅎㅎ

뵙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쁜 막내며느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