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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꽃은 피고 있다


BY mspark0513 2002-03-22

하늘이 무겁게 내려 앉아 있다. 그리고 싱그러워야 할 봄바람에서 먼지 냄새와 흙바람이 ane어 있다.

이른 아침 관리소에서 방송이 나왔다.

\"**초등학교와 관내 유치원에서 알려 드립니다. 황사 현상으로 인해 임시 휴교임을 알려드립니다..\"

 

어쩌면... 조금 훗날 이런 방송도 나올지도 모르겠다.

\"오존 주의보로 인해 휴교령을 내립니다...\"

 

점점 살아가는 것이 고단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하늘빛 만큼 무거웠다.

베란다에 서서 차를 마셨는데, 목련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목련은 자기 빛을 발하며 피어오르기 위해 한껏 기지개를 피고 있는 게 아닌가... 다음 주쯤 이면 만개할 듯이... 양지 바른 곳 개나리와 진달래는 이미 꽃을 피워내고 있지만 목련 나무는 처음 발견된 나무였다.

아니... 전 해에도 그 전해도 아파트에 조경이 시작된 그때부터 나무는 거기에 그렇게 서 있었을 게다. 그런데 내 눈에 올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 새삼스러웠다. 자기에게 주어진 좋지 않는 환경에서도 나무는 꽃을 피우고 봄이 오면서 온갖 들꽃들은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기형적인 겨울 날씨에도 그들은 버티었고, 먼지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도 그들은 자기의 색을 지니고 살아 있는 생명임을 강인하게 보여주고 있다.

 

새삼 난 무겁게 느껴졌던 하늘 위로 푸른 맑은 하늘의 빛이 떠올렸다.

그러자 이상한 안도감이 들어 편안해지고 있었다.

세상은 살아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거라는... 봄과함께 찾아왔던 낯선 감정들과 익숙해지면서 내 자리 내 할 일 내 상황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넘치는 시간을 넘치게 살아낼 수 있는 갖가지 생각들이 정리되고 있다.

자연이 주는 해로움에서도 자기의 빛을 잃지 않는 봄꽃들이 스승 되어 나를 일깨우고 내 사고들을 움직이면서 평안을 느끼게도 되었다.

나를 알 것 같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말이다. 먼지는 가득한데 그리고 꽃샘추위도 대단한데 그래도 봄꽃은 피고 있듯이 내 상황이 좀 힘들어졌어도 난 내 빛깔로 생기 있게 살 아낼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저녁식단으로 안동 찜닭 맛을 흉내 내어 커다란 접시에 예쁘게 담아내어 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맛난 저녁을 차려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