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한 낮.
호수공원으로 바람쐬러 나왔다며
막내 이모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멀건이를 데리고 나오라는 말과 함께...
이모는 늙은 개 한마리를 항상 옆에 끼고 어디든 다녔습니다.
이름이 재롱이인 치와와는 작년 가을에 노환으로 죽었습니다.
그때가 이모가 암으로 수술을 받을 때였습니다.
아쉽게도 재롱이는 평생 키워 준 주인을 보지 못하고 죽었답니다.
암 수술을 한 이모는 재롱이의 죽음을 듣고
눈물이 하염없이 나왔다고 합니다.
무슨 개 때문에 울기까지 하냐고 하겠지만
개를 길러 본 사람은 개는 그냥 동물이 아니고
한 식구라는 걸 알겁니다.
이모는 떠나보낸 재롱이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개 한마리를 구해서 기르고 있답니다.
어제 새로운 식구인 개를 데리고 왔다며
우리 멀건이도 데리고 나오라고 하더군요.
호수공원엔 사람들이 지천이였습니다.
아직은 마른 나무와 마른풀만이 호수공원을 지키고 있지만
마른 것들이 열흘정도 있으면
살아 있는 생명체로 호수공원을 빛나게 할겁니다.
머리를 빨간 리본 두 개로 묶은 이모네 개는
빨간 멜빵바지 옷을 입혀서 그런지
개구장이 소년같이 생겼더군요.
나무 다리가 놓인 자연학습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차를 타고 빙빙빙 돌다가
호수공원 후문에 있는 시골밥상집으로 갔습니다.
난 감기끝이라 밥맛이 없어서
맛있는지 모르겠는데...
이모와 이모부는 정말 맛있다며
밥맛없을 때 또 먹으로 와야겠다고 하더군요.
이모는 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우린 만났다하면 꽃이야기를 많이 한답니다.
어제도 꽃을 보러 꽃집에 들려서
난 우리나라 야생화를 두 분 사고
이모는 서양 야생화를 한 분 샀습니다.
화분 하나씩 사가지고 오면서
우린 히히덕거리며 즐거워했습니다.
서로 개 한마리씩 안고서
우리 개가 더 이쁘다며 자랑을 했습니다.
중년을 훌쩍 넘겨 몹쓸병에 걸린 이모와
추수려 담을 것이 없어 마른 나뭇가지같은 내가
웃고 떠들고 하는 이유는
바랄 무엇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살아있어서...
그래요.
살아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이율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