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녀석은 철저하게 시키는 대로 합니다."
"놀랍군요. 어떻게 했기에 그렇게 말을 잘 듣지요?"
"마음내키는 대로 하라고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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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on obeys me perfectly."
"Amazing! How do you do it?"
"I tell him to do as he ple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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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몇 마디]
어린애들이 너무 말을 잘 들어도 문제지만 또 말을 듣지 않아도 문제
다. 위에서는 너무 말을 잘 듣는 경우인데 사정을 보니 말을 잘 듣게
생겼다. 네 멋대로 하라고 하는데 못할 아이가 어디 있나?
나이가 어린애들은 판단력이 부족해서 마음대로 하라면 그대로 한다.
그래서 적절한 제재와 지시가 필요하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 한 분은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서 "이제는 중학생이 되었으니 좀 운동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놀기도 하라."고 했단다. 그래서 아들은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중간고사 통지표를 받아오고 나서 터졌다
. 아들이 학급에서 뒤에서 3 등을 했더란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아빠가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잖아요?"라고 반문하더란
다. 그래서 "그럼 이제부터 공부도 해서 1학기말 고사에는 반드시 반
에서 5등 이내로 성적을 올려라!"라고 훈계를 했다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아이들간에 "죽여버린다."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
였다. 즉 어떤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혼 좀 내주겠다는 말을 그
렇게 썼든 것이다. 이 말은 어른들이 아이들한테도 써서 애·어른 할
것 없이 사용을 했다. 그 당시에 어머니한테 들은 얘긴데 부모가 일을
가면서 어린 남매를 두고 나가며 오빠한테 "니 동생 잘 돌봐라. 말 안
듣고 하면 죽여버려!"하고 갔다. 그런데 일을 나갔다 오니 정말 동생
이 죽어 있더란다. 그 사연을 물으니 "엄마가 말 안 들으면 죽이라고
했잖아요?"하고 반문하더란다. 그래서 철없는 어린애들한테는 말을 함
부로 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들려주셨다.
요즘 아이들한테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이 공공 질서를 지키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다. 이것은 학교에서도 교육을 하고
자주 매스컴에서도 얘기되는 것인데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이 사회는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고 있
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자기 자식 얌전하다는 것'이 자랑거리였다. 그
래서 다른 사람한테 이런 말을 들으면 부모들이 기분 좋아했다. 그런
데 요즘은 이런 말을 듣기를 바라지도 않고 자기 자식 기 살린다고 누
가 야단도 못치게 해서 말도 못한다. 아무리 자식이 귀여워도 공공장
소에서 소란을 피운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못하게 해
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와는
역사적으로 쌓인 감정이 많은 나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경제대국으로
우리가 따라잡아야 할 나라이다. 그런데 그들이 경제적으로만 앞서 있
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질서의식 역시 우리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이다.
일본인들이 어릴적부터 받는 교육의 기본이 '다른 사람에게 폐끼치지
마라.' , '다른사람과 같이 행동하라' , '눈에 튀는 행동은 삼가라'
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불
쾌함을 느끼게 했다면 그것은 커다란 실례인 것이다.
호기심많은 꼬마들이 밖에 나오면 얼마나 자유행동이 하고 싶을까. 하
지만 자기 한 사람이 자유행동을 함으로써 다른 친구들에게 끼칠 피해
, 그곳에 온 다른 사람들에게 끼칠 폐를 생각하면 그리 할 수 없는 것
이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행동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네들이
개성이 없는 건 아니다.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공공장소에서 커다란 목소리로 떠들고, 장난치
고.. 타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을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
들. 다른 사람들이 눈쌀을 찌푸리고, 심지어 설교를 해도 '무슨 상관
이냐'는 식이다. '자아'를 표현하고 '개성' 을 중요시하는 것과 '내맘
대로' 는 다르다.
'나는 나' 지만, ' 나' 는 '사회의 일부' 인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타인을 생각하는 자세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중요한만큼 타인도 중요하다. 타인이 자신에게
끼치는 피해는 소름끼치게 싫으면서 나는 은연중에 타인에게 폐를 끼
치고 있지 않나 항상 생각하면서 살아갔으면 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은 단순한 에티켓의 원칙을 넘어, 일본
인의 생활원칙까지도 돼 있다. 부모를 비롯,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폐
를 끼치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 있게 되면, 일본에서는 그때야 성인
으로 대접받게 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역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는 용납되
지 않는다. 이것은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교육
을 한다. 아이가 자라서 유치원에 들어가면 더 엄격하게 교육을 받는
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게 피해를 주면 일정기간 격리시켜버린다. 다
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 아예
멀리 보내버리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용납하지않기 때문에, 폐를 끼쳤
을 경우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는 등 용서를 구하는 언어가 자
동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자주 접촉사고 등으로 거리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
는 것을 본다. 바쁜 출근시간에 길 가운데 차를 막아놓고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자기들 둘만 중요하고 다른 많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자기가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먼저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를 하고 경찰에 연락을 하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한다고 한
다. 자기들 문제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자, 이렇게 말하는 나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는지 생각
하면 "그렇지 않다."이다. 많은 피해를 주고 살고 있지. 나 역시 반성
을 하면서 이 글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