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소리에 눈을 떴다.
어떨걸에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누가 들어도 방금 잠에서
깬 목소리로...
"아직도 자냐"하는 소리에 귀가 번쩍 띄었다.
시어머니였다.
남편은 3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오전내내 늦잠을 즐기는 행운(?)을 지녔다.
하지만 이렇게 아침에 시댁식구들의 전화를 받으면 어쩔줄
몰라하는 내 자신에 대해 나는 정말로 비참하다.
물론 어머님은 내 생각해서 오전늦게 전화를 하신다.
그래서 난 더 할말이 없다.
갑자기 어머니와 손위시누의 하지도 않는,
그러나 할법한 이야기가 시끄럽게 들렸다.
언젠가 어머니가 남편에게 "배고픈 사람은 굶어죽겠다"라는
말을 한적이 있다.
그땐 그냥 웃음으로 흘려 들었지만 두고두고,
문득문득 생각나는 말이다.
특히 아침에 이런 전화를 받은 날엔...
나도 한땐 부지런한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새벽반 영어학원, 직장을 다니면서 야간대학에 다녔고,
난 꾸준히 뭔가를 하고 다녔다.
그런데 결혼을 한 지금은 난 시댁에서 게으름뱅이가 되어 있었다.
육아문제로 전업주부가 된 이후의 난...
정말로 무능력한 쓸모없는 아줌마로 전락(?)해 버렸다.
한땐 나의 이 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생각으로
새벽부터 일어나서 움직여봤다.
그러나 난 곧 그만두었다.
왜냐면 내 존재가치의 그 가벼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아침잠을 택했노라고 떳떳하게 말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잠을 잔다고 해서 내 존재가 무게를 다는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할수 있는 여유를 갖지 않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