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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가지려 하는 자신을 발견할때 마다... *


BY 쟈스민 2002-03-18

아침마다 시간 맞추어 눈뜨고, 시간 맞추어 어딘가에 가 있어야 한다는
때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도 시계를 따라 이동해 있어야 하는 생활이란
늘 그렇게 나를 무엇인가에 ?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일요일 만큼은 그런 얽메임에서 벗어나고파 알람도 끄고 모든 걸 멈추어 둔다.

아침햇살이 환하게 창문을 비추이며 방이 환해질 쯤에야 느즈막한 기상을 하고
그러고도 얼마를 더 뒤척이면서 아이들과 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시계를 쳐다 보지 않고 느긋한 아침을 먹으며,
조금쯤 흐트러진 실내에도 어느새 익숙해 진다.

헤이즐넛 향을 집안 가득 채워두며
베란다의 초록식물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마시는 한잔의 커피에
일요일 하루만큼은 온전한 여유를 누리고 싶어서
난 그렇게 앉아있곤 했다.

그런 여유로움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면
나는 그때서야 한주일 동안 쌓여진 먼지들을 털어내며
내 마음의 때를 씻는 시간을 즐긴다.

윙윙 청소기를 돌리고,
깨끗한 손걸레를 내 작은 손아귀에 착 달라 붙게 하곤
이리 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웬 먼지가 이리도 많담... 비 맞은 사람처럼 때론 중얼거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하나씩 달라져가는 모습들에 짐짓 마음을 빼앗긴다.

간간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집안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 시집을 왔을 때 아파트 전세금도 모자라 2층 방 두어칸을
세들어 살며 그 비좁은 공간에 물건들을 쟁여 두며 살던 시절...
기간이 돌아오면 이리 저리로 이사갈 궁리로 머리속이 복잡해오던 ...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서 살 수 있다는 지금이 내겐 큰 행복감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리라.

청소하는 시간이 조금쯤 귀찮게 여겨지다가도
힘들게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려 보면 나는 이내 그것조차도 즐거움으로
바꾸어 놓아야지 싶다.

아뭏튼 내 생각대로, 내 취향대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을 부여받으며 살고 있다는 건
참 소중한 걸 지니고 사는 일임을 나는 다시금 내게 일깨워 주려는 듯
깨끗하게 갈고 닦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요즘엔 여자들 몇만 모여 앉으면 주로 하는 대화의 주제가
아파트 평수 넓혀 가는 일, 주식 투자 이야기, 아이들 교육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 속에 그녀들이 부재하고 있음에 난 왠지 텅빈 공허감으로
쓸쓸한 가슴을 안고서 돌아올때가 많다.

언제부터 우리는 그렇게 점점 더 가지려 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는가?
하긴 나도 물론 그녀들의 대화속에 선뜻 끼어서
이런 저런 대화의 격을 맞추어 갈만큼의 경제력을 갖추고 살진 못하지만
최소한 나는 내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살아야 할텐데 ...
왠지 모르게 지금 이쯤에서라도 제동을 걸어야 할 것 같은 필요를 느낀다.

손바닥만한 아파트에 세 살다가
손바닥 보다 조금 넓은 아파트를 내 집으로 마련했을 때의 그 기쁨을
너무도 쉽게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가끔씩 내 자신에게 제동을 걸 사람은 결국 나 밖에 없을꺼라는 사실을
문득 문득 꺼내어 확인하며 살고 싶어진다.

나의 안일을 위하여 좀더 가지는 일에 익숙해지는 자신을 두려워 할 줄 안다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한다.

느긋한 일요일엔 내 안에 쌓인 욕심의 먼지까지 씻어내 줄 수 있어
조금은 남다른 행복감으로 하루를 살아낼 수 있게 해 준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 내가 타고 있는 차,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내겐 너무도 과분하고 넘치는 고마움이라는 걸
어리석은 나에게 가끔씩은 확인시켜주고 사는 삶
그런 삶을 살고 프다.

누구에게나 봄 햇살은 공평하게 내리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한번쯤 생각하며 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니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감사하는 일에는
아무리 부지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을

나는 이 아침에도 내 가슴 언저리에 조용히 내려 놓는다.

나를 비추는 거울 하나 만들어 두어
날마다 투명하게 내 손길 머무르게 하고
한점 거짓없이 비추어 볼만큼의 솔직함으로
그냥 그렇게 살아질 수 있다면

나는 그런데로 행복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으려나 ...

이 세상에 가장 멋진 사람은
아마도 자신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오늘도 난 햇살고운 아침을 선물로 받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으니
더 이상 무엇을 가지려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