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훔쳐먹는 아이>
새벽 5시 30분.
"엄마 엄마" 하며 어깨를 흔드는 19개월된 둘째 때문에
눈을 비비며 억지로 일어난다.
어쩜!!!
"날마다 자명종 시계보다도 더 정확하게 일어나니?"
"정말 내가 못살아."
왜 이렇게 큰애나 둘째나 모두 잠이 없을까?
늦게 자나 빨리 자나 새벽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니.....
큰애야 이제는 초등학교 2학년이라 새벽에 일어나도
제 방에서 혼자 책을 읽는지 하여튼 무언가를 하면서
부모를 깨우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이제 19개월된 둘째는 한참 자기 주장이 강할 시기인지라
말이 통하지 않는다.
둘째가 제일먼저 일어나서 하는 소리가
조막만한 손으로 자기배를 북 두드리듯 두드리며
"엄마 배고파요. 밥주세요."이다
우유를 주어도 소용없다.
우유를 100㏄정도 먹으면 더 이상 먹지 않고
식탁에 우유병 올려놓고 자고 있는 엄마 또 흔들며 하는 소리가
"엄마 배고파요. 밥주세요"이다.
아이구!!!
이제는 나도 어쩔수 없이 아침을 준비한다.
아! 아침을 좀 간단히 선식정도로 하면 안될까?
어림도 없지! 밥을 우유보다 더 좋아하는 둘째 때문에
꼼짝말고 난 밥을 해야 한다.
압력밥솥에서 김을 빼기가 무섭게 둘째는 식탁의자로 기어올라와
정확하게 자기숟가락을 찾고 또 식구수대로 수저를 놓는다.
그 다음은 온 식구들을 차례로 불러모아
식탁에 앉게 하고 반 강제로 아침을 먹게 한다.
이럴때는 이제 말배우기 시작한 둘째가 꼭
우리집 건강지킴이 같다.
난 어쩔수 없이 밥을 차려
제일먼저 19개월된 둘째에게 밥을 준다.
이제는 이빨이 거의 다 나서
김장김치속에 묻어둔 무를 잘게 썰어주면
밥과 함께 오도독 오도독 잘도 씹어 먹는다.
제법 혼자 김도 싸서 먹을줄 알고
하여튼 어디다 내놔도 우리 둘째는 스스로 살아갈수
있을 것 같은 애이다.
오늘 아침 식사중에는 갑자기 사무실에서
급한 일이 생겼다고 빨리 출근하라는
전화가 와서 받고 왔더니
입맛이 없어 한숟가락정도 담아진 내 밥그릇의 밥이
흔적도 없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벌써 자기밥을 다 먹은 둘째가
이제는 엄마밥까지 먹어치운 것이다.
첫애가 밥을 먹다 말고 냉장고에 물을
가지러 간 사이 이제는 큰애의 밥그릇까지
손을 뻗쳐 둘째는 밥을 먹기 시작한다.
난 너무 얄미워 매운 김치를 밥숟가락위에
올려 주었더니
"어 이놈 봐라 "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입에서 오물오물 씹어 먹는 것이 아닌가?
헉!!! 정말 못말리는 신토불이 밥돌이다.
한번은 시골 외갓집에 갔을 때이다.
친정엄마와 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부엌으로 들어와서는 전기밥통을 가리키며
"할머니 밥주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어느집을 가도 놀다가 배가 고프면 어김없이
조막만한 손으로 배를 두드리며
"배 고파요. 밥주세요" 하면서 잘도 먹는다.
태어날때부터 둘째는 이상하게 쌀이나 밥을 좋아한다.
둘째 돌상에 달려가서 제일먼저 주운 것이 쌀이었으니.....
그때 큰애는 "아 내동생 돈 많이 벌겠구나"
"다행이다. 난 학자 될건데. 동생이 돈 많이 벌어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둘째가 우량아는 아니다.
하루종일 식탁의자를 밀고 다니며 올라갈수 있는 곳은
다 올라다니고 온갖 말썽을 다 일으키고 다니니
살이 찔 여유가 없어 키만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