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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돌이 생일파티에 가다...


BY norway 2001-03-25

어제는 토요일.
학교 앞 문방구는 꼬마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토요일에는 의례 한 반에 한 명 정도씩 생일 파티를 열기 때문이다.

학교 갔다 집에 돌아와야 할 시간,
삼돌이가 전화를 했다.
<엄마, 여기 친구 집인데요, 친구 생일인데요,
생일 파티하는데요, 저 놀다 가도 돼죠?>
오늘 아침에 학교 갈 때까지만 해도 생일 파티 있다는 말을 안 했는데....
<그래? 그런데, 너 선물도 안 사갔잖아.>
<괜찮아요. 괜찮아.... 나 놀다 가도 되죠?>
<그래. 놀다 와라. 근데 생일 선물 안 가져 가도 진짜 괜찮아?>
<네. 괜찮다고 했어요. 친구가.>
<근데 누구 생일이니?>
<같은 반 친구요.>
<같은 반 친구 누구?>
<있어요....>
<누군데?>
<1학년 때는 같은반이 아니어서 누군지 이름은 모르지만,
같은 반 친구에요.>
잉? 우리 삼돌이, 이름도 모르는 친구 생일 파티에 간 거다.
<엄마, 친구한테 누구냐고 이름 물어볼까요?>
질겁을 한 엄마...
<아, 아니야. 그냥 놀다가 와. 엄마가 알아볼게.>
에구에구, 우리 아들녀석 생일주인공인 애한테, 야, 너 이름 뭐니? 하고 물어보면, 세상에 그 집 엄마, 금쪽같은 자기 아들내미 이름도 모르는 웬 얼빵한 녀석이 생일파티에 와서 먹고 논다고 얼마나 한심해할꼬....
<그럼, 놀다 갈게요.>
전화를 끊고 우리 아들하고 같은 반 친구 엄마한테 여기저기 전화를 해봤다. 도대체 어떤 애가 생일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한 명도 생일 파티에 안 간 거다.
보통 생일 파티를 하면 한 반 애들 거의 다가 가는데....
이상했다. 불안하기도 하고. 도대체 누구네 집에 가 있는 건지.
4시가 넘고 5시가 다 되어가자 삼돌이 녀석 돌아오더군.
꼬질꼬질.... 얼굴이며 손이며 땟국물이 쫘르르.
<왔니? 너 도대체 누구 생일집에 간 거야?>
<음. 같은 반 친군데 이름은 모르겠다니까요.>
<너랑 친한 애야?>
<네.>
<친한 애 이름도 몰라? 생일집에 몇 명 갔는데?>
<음, 세 명이요. 나까지.... 친한 애들만 간거에요.>
세상에나!!! 친한 애 세 명만 데리고 갔는데, 거기에 뽑힌 우리 아들 녀석 그 친하다는 애 이름도 모르는 거다.
한심, 두심, 세심...
<야, 너 좀 깨끗이 씻어라. 에구 지저분해...>
우리 삼돌이 목욕탕에 씻으러 들어가더니,
한참이 지나도 나올 생각은 않고...
훌쩍훌쩍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거다.
이게 무슨 일이지? 깜짝 놀라서 들어가 봤더니,
삼돌이 녀석 나를 보더니 아예 엉엉 소리내어 우는 거다.
<왜 그래? 왜 울어?>
<엉엉엉~~~~ 나 그 집에서 케이크 못 먹었단 말이야~~ 케이크 먹는 거 까먹고 그냥 왔단 말이야~~ 초코케이큰데~~~ 나중에 주신다고 아줌마가 그랬는데~~~ 아줌마도 까먹고 안 줘서~~~ 엉엉엉~~~ 케이크 먹고 싶은데~~>
ㅠㅠ
우리 아들넘이 그렇지 뭐...
초코케이크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녀석이 그걸 못 먹고 온 게
억울했던가 보다.
<시끄러! 뚝 그치지 못 해! 지가 못 먹고 온 걸 가지고 왜 집에 와서 울고불고 난리야!>
그래도 우리 아들 엉엉엉 대성통곡을 하고야 만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지 아빠 왔을 때,
아빠 앞에서 생일집에서 케이크 못 먹고 온 거 얘기하다가 다시 울음을 터뜨려서,
우리 삼돌이 결국 지 애비가 사주는 초코케이크 먹고야 말았다.
친구 이름도 모르는 주제에
아무것도 안 든 빈손으로 생일집에 가서 실컷 놀다오더니
케이크 못 먹은 게 억울해서 집에 와서 우는 넘.
언제쯤 철이 들지...에고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