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아이는 반장에 눈이 멀어있었다.
반장되면 친구들 모두 초대해서는 파티해주고..
자기가 사달라는거 사주고..
아이들 모두 노래방 보내주고..
요구사항이 만만치가 않았다.
한학기에 두번씩이나 뽑히는 반장이 뭐 그리 대단타고
그걸 왜 꼭 해야겠는지 물어보았다.
"인기투표인데 이왕이면 최고가 낫지 않겠어요??"
"반장이라면 좀 듬직하고 반을 대표할 수 있는 아이가 해야지
바람불면 날라갈 듯한 쬐끄만 니는 이제 고학년이니 그만 양보해라!!"
조그만 입을 쭈욱 내밀고는 학교로 간 녀석..
집에 올 시간쯤 ?榮쨉Ⅵ?소식이 없어 궁금하던차에 전화가 왔다.
호언장담하고 나갔던지라 면목이 없고 기분이 그랬는지
친구집에서 좀 놀다온다는 전갈이었다..ㅋㅋ
알고보았더니 남자아이들은 서로 반장하겠다며 5명이나 나섰고
여자아이들은 한명한테 표를 몰아줘서 결국 여자아이가 됐다고..
암튼,
아이나 어른이나 서로 자기만 최고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담의 후예들은 문제야 문제..!! ㅋㅋ
곰곰 생각해보니 내 어릴적엔 내리 육년간 반장이 정해져 있었다.
나라를 대표하던, 반을 대표하던,
자타가 공인하는 재목은 어디에든 특출한 누군가가 있기마련인데
요즘은 나라꼴이 그래서인가 아이들까지 서로 잘났다고 난리이니
내 아들 머리속부터도 그렇고 뭐가 문제인가 도통 모르겠다..
반듯하게 생겼고 노래를 무척이나 잘했던 그 아이..
화장실 벽에 "00 와 00 는 어쩌구 저쩌구..란 낙서탓에
얼굴을 붉혔으면서도 상대가 그아이여서 내심 좋았었던
내 맘속에 아직껏도 살아있는 내 국민학교시절의 반장..
참 드믄일일거다.
4학년부터 쭈욱 그 아이와 같은 반이었고
반장이라면 재고의 여지도 없이 그 아이였다는건..
사춘기시절 잊고지낼만 하면 나타나서는 가슴을 뒤흔들었던 아이..
여고1년때는 뜬금없이 참고서 좀 빌려달라며 불쑥 집으로 찾아와서
당황케 했었고..
그리고는 몇년지나..
삼수한 끝에 후배가 되었다며 보내져온 장문의 편지탓에
맘이 많이도 설레였었고
몇년 뜨거운 눈길을 주고받으며 " 그애와 나랑은" 을 즐겨불렀었는데..
후훗~
이제는 두 아들을 둔 엄마, 딸 하나를 둔 아빠의 모습으로
서로 자기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다..^^
오늘은 촐랑대는 아들놈덕에
모처럼 30년전 화장실벽도 추억해보고
내 맘속의 반장과의 애틋한 기억들도 더듬어보고..
가슴이 벅차오른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