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0분 단장님의 전화다. 칼 아파트에 장례가 났다고 연도를 가야 한다고 하신다. 내일 9시 30분까지 집으로 와 달라고 하신다.
죽음. 아직도 익숙치 않은 단어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벌써 3년째... 아직도 난 죽음과 친구가 될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살고 있다. 아빤 주무시면서 돌아가셨다. 아주 평온한 편안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남은 자의 슬픈같은 건 아랑곳 없이 그렇게 아빤 이 세상과 이별을 하셨다.
아빠를 묻으며 그렇게 통곡하고 울었는데... 남편과 아들들을 보며 난 그렇게 익숙하게 내 생활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예전의 평화를 찾고 나의 생활을 하나 하나 찾아갔다.
그런데 또 그런 기분을 맛봐야 한다는 게 너무나 싫었다. 내키지 않은 걸음이었다.
또 울어버렷다. 또 져 버렸다. 죽음이란 녀석에게 난 철저히 백기를 들고 말았다.
남편은 늘상 나에게 말한다. '장인어른이 난 너무 보고 싶은데 어떻게 딸이라는 사람이 산소 한번 가자고 안 하냐'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이해가지 않는다'고 한다.
난들 왜 보고 싶지 않을까? 난들 왜 가고 싶지 않을까?
난 지금도 친정에 전화하면, "혜정이니, 잘 지내고 있지." 아빠의 음성이 들릴 것만 같은 착각 속에 늘 빠져 있는데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깊어 가는 가을... 결실의 계절 가을. 누군가가 한 없이 그리워지는 그런 계절이다.
난 오늘도 전화를 한다. 아직도 들릴 것만 같은 따스한, 푸근한 아빠의 목소리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