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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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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새.


BY 雪里 2002-03-08


봄은 양지녘에 벌써 와 있었다.

작년에 산에서 캐다 심었던 키작은 철쭉은 가지끝마다
봉우리를 매달고 꽃필 준비를 하고 있었고,

덤불속에 갇혀 한해동안 키를 조금도 못키워낸 연산홍도
금년엔 일찌감치 잎에 물기를 올리며
가지끝의 꽃망울을 부풀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손길을 못받은 밭언저리의 건초들이 깔린위로
망초와 냉이, 이름도 모르지만 봄나물속에 끼워서 캤던
풀들이 얼어 죽지 않고서 씩씩하게 살아남아
아침햇살을 맞고 있었다.

아직 봄을 느끼기엔 이른것 같아서 뽀시시 잠만자고
들락 거렸던 그이 아지트 시골엔
어느새 봄이 자리잡고
자기네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돌틈사이에 꽃들을 사다가 심으려면
꽤 많은 돈이 들것이라며 돈재촉을 해대던 그이가
재래종 소나무 서너개를 산에서 캐다 심어놓고
살기만하면 수십만원(?) 번거라며 어깨에 힘주길래
며칠동안 못갔던 그곳엘 갔더니만,
제법 그럴싸한(?)나무를 두그루 심어놓은게 아닌가!
몇십만원이 아니라 소나무는 비싸댔으니까 몇백만원은
될성 싶어 입에서 칭찬이 절로 나오는데
칭찬에 신이 오른 그이는
"어때? 괜찮지?"를 연발한다.

그이 말대로 살아 주기만 한다면 좋겠는데 싶은 마음에,
고임목을 확인하면서 한바퀴 마당을 돌아 보았다.

마당 구석구석, 묵밭 여기저기.
눈길이 미치지 못했던 흙더미 아래 패인곳까지
초록색의 생명이 살아나고 있었다.

겨울을 이겨낸 꿋꿋함까지 보여져서
나보다도 씩씩한것 같은 가상함과 용기에
하찮은 풀잎에게서까지
부러움을 느낀다.

가게문 열어야지.
하루종일도 모자른 봄구경.

기다리진 않았어도 봄은 도착해 있는데,
시멘트벽에 갇혀 있던 나는,
절기로만 계절을 느껴가며 사는데,
돈된다고 들고나와 쪼그려 앉은 할머니 옆에서
개구리알 담아 놓은 물통속을 구경삼아 보다가
대접에 한국자 담고,
양념장 얹어서 들이마시는 아저씨의 먹성(?)에,
올라오는 위장속의 내용물을 삼키느라 허겁지겁 옮겨선
발앞엔 내키를 몇갑절 올라선 시멘트벽.

골목을 벗어나야 바람이라도 불지.
부지런한 시골 아낙들이 벌써 길게 골목에 전을 편다.
내가 아침에 봤던걸 무더기 만들어 놓으면서
오늘은 차비를 빼면 얼마가 남는지를 어림산하고 있다.

오전시간만 내시간하기로 했으니 빨리 다녀 와야지.
먹을 갈아 담았다고 무끈한 가방을
손목에끼고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春蘭을 그리면서 봄의 향기까지 맡아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