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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맑은 아침에... *


BY 쟈스민 2002-03-08

작은아이의 입학무렵에 맞추어 오신 어머니께서
며칠간 묵으시다 어제는 작은 아들네 집으로 가셨습니다.

한 도시에 살고 있으면서 큰 아들네 집에만 들렀다 가시기가 영 서운하셨는가봐요.

현철하신 어머니는 계시는 동안 내내 물김치를 담그어 주시고,
아이들 옷장정리하는 일, 이불장의 이불을 죄다 꺼내어 정리하시는 일 등등 ...
미처 내 손길 닿지 못한 구석구석 사랑을 주십니다.

예순다섯의 연세에도 잠시도 가만히 계시질 않으셨지요.
얼마나 아이들을 잘 보살펴 주시는지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육자 못지 않으십니다.

가끔씩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참 지혜로우신 어머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 쯤이면
갓 만들어낸 따뜻한 간식을 매일 준비해 주시던 어머니께서 가시고 나니
난 당장 오늘부터 걱정이 앞서네요.

늘상 혼자 알아서 다 하다가도 어머니께서 그렇게 한번씩 다니러 오실때면
나는 밉지 않을 정도로 게으름을 부려도 그냥 마음이 편할만큼 시집와 세월이 흐른 듯 합니다.

자식이 뭔지 그 시골에서 직행버스 타고 혼자 오시는 길인데도
감자탕 끓여주신다며 돼지등뼈 한 보따리 사서 들고 오시는 그 열정이
존경스럽습니다.

벌써 그곳에는 봄이 아주 가까이에 다가 왔는지
들에난 냉이를 한 바구늬 캐어 오셨더군요.

오늘 아침 식탁에서 시간에 ?기어 가며 정신없이 드는 아침이지만
어머니의 손길 닿아서일까?
유난히 향긋한 냉이국을 아이들과 더불어 맛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사랑으로 아이들의 가슴 따뜻해짐이 느껴질 때
나는 살아있는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제 좀 있으면 아마도 어머닌 봄쑥을 캐러 들로 가시겠지요.

언젠가 들은 이야기인데 쑥이 우리 몸에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구요.
성질 급한 나는 올해도 어머니만의 노하루로 만드신 파릇한 쑥떡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 곁에 계시어
해마다 어머니 생각을 하면서 살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보면 난 참 욕심많은 여자인것 같아요.

학교급식실이 아직 덜 지어져 낮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의 점심 걱정에
이 아침 나의 손길은 더욱 바쁘기만 했답니다.

아이들이 먹기 좋게 일일이 작은반찬통에 반찬을 나누어 담아 두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차곡차곡 알려주려니 모든행동이 스피드하게 이루어져야 했지요.

그리곤 아무일 없었다는 듯 차에 오릅니다.

그래도 그럴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아주 먼훗날에는 다시 돌아가고픈
추억의 시간이 될 것임을
나는 믿으며 살렵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에 아침마다 못일어나서 울고 불고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준비를 하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다컸다 소리 들을 만큼
스스로 알아서 챙길줄 아는 아이들 ...

3학년인 언니는 엊그제 입학한 1학년 동생이 잘하고 있나 궁금하여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동생 교실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고 하네요.

아침에 길을 건너는 일도 언니가 함께 건너 준다고 해요.

나는 늘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에게 세심하게 보살핌을 주지 못하고 살아서인지
아이들은 제 나이 또래들 보다 키도 크고 모든 면에서 앞서가더군요.

그런데도 퇴근후 집에 돌아가면 엄마없이 텅빈 집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수많은 갈등의 세월을 보내곤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연합니다.

아이들에게 그 어떤것 보다도 사랑만큼은 듬뿍 주고 싶은 것이
엄마들의 공통된 소망일 것입니다.

물고기를 직접 잡아 주기 보다는,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일을 떠올려보면서
혼자서 독립적으로 자신의 신변을 잘 정돈해가는 습성을 길러주기 위하여
나는 때로 아주 참을성이 있는 엄마여야 했습니다.

찰랑거리는 머리를 바람결에 흩날리며 나란히 학교 가는 두 자매의 모습이
참 사랑스러운 아침이예요.

내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만큼 그 아이들에게 다 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언제나 노력하는 엄마, 기다릴줄 아는 엄마로
나무처럼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어 주고 싶답니다.

오랫동안 우리 곁에 건강한 모습으로 계셔주시길 바라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그러하듯...

아침에 눈을 떠서 떠올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맑은 하늘을 아주 오랫동안 바라다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가족들 모두 서로를 염려하는 마음을 자주 보여줄 수 있는 것
아직은 내가 일할 수 있을 만큼의 건강을 갖고 있는 것

꽃집에 들러 예쁜 봄꽃을 만나며 아름다운 계절
봄을 느낄수 있다는 것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주위의 모든 것들이 감사해야 할 일들이며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기꺼이 행복의 바구늬에 담아둘 수 있다는 걸

이렇게 맑은 아침엔 많은이들과 나누고 싶어집니다.